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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유죄' 판결에 의료계 부글…"얼마나 더 해야 하나"

  • 등록: 2026.05.11 오전 07:39

  • 수정: 2026.05.11 오전 07:47

응급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응급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지난 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강태규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를 받는 의사 A씨와 B씨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2018년 6월 1일 술에 취해 복통과 구토, 의식장애 등 뇌경색 증상으로 이송된 환자의 진료를 소홀히 하고 퇴원시켜 신체 일부 마비 등 영구적 장애를 입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피해자를 방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서도 "전문적인 판단과 지식을 신뢰해 생명과 신체를 맡긴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로 영구적 장애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돼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반발하며, 응급실 내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의학적 판단보다 법적 면책을 우선하는 방어진료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에 내린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모든 것을 진단하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전지법은 환자를 위해 선의를 가지고 일반적으로 해오던 방법대로 검사까지 시행한 전공의들에게 민사배상까지 시행한 사안에도 형사책임까지 덧씌우고 있다"며 "도대체 응급실에서 어떤 주의를 얼마나 더 기울여야 주의의무 위반이 아닌가?"고 반문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음주를 정당한 응급실 수용거부사유로 즉시 추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MRI가 곧바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모든 음주환자 포함 어지럼증 환자는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점 ▲응급실에 온 모든 환자는 가능한 모든 질환이 충분히 감별될 때까지 귀가가 불가능하다는 점 ▲모든 진단적 검사가 불가능한 병원은 처음부터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추가적인 CT, MRI 등 모든 검사와 입원치료로 발생하는 추가적 의료비에 대해 의학적 기준이 아니더라도 절대 삭감하지 말고 전액 지급해야 하는 점 등을 요구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매일 응급실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회피 가능하지도,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이 판결로 이번에 통과된 의료사고 특례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또 진단 오류나 합병증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현장을 무시한 이 같은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선례”라며 “응급실은 모든 질환을 완벽히 확진하는 공간이 아닌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우선 배제하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조차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중증환자를 책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음주와 구토, 의식저하, 신경학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자에서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며, “희귀한 질환을 첫 진료 단계에서 즉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의 본질적 불확실성을 무시한 결과론적 접근”이라며 “이런 판결이 반복되면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 판단보다 법적 책임을 피하는 방어적 선택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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