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기숙사 수용률이란, 대학 재학생중 몇 명이나 기숙사에서 거주할 수 있느냐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은 17.8%로, 5명 중 1명도 채 안 되는 학생만이 대학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었다. 전국 대학으로 평균을 내도 22.2%에 불과하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은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위협했다. TV조선은 지난 4일과 5일 연속보도를 통해, 100만 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못 견뎌 학교 외곽으로 벗어난 학생,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대부분을 월세에 지출하는 학생, 기숙사에 탈락해 한 주에 네 번씩 왕복 4시간을 통학하는 학생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렇다면 기숙사가 지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V조선 취재진은 이 근원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을 묻고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낸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김세용 교수의 자문을 구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는 '캠퍼스'만 있고 '캠퍼스 타운'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대학생 주거권의 문제가 당초 우리나라 대학 건립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이 연구시설이나 교육시설뿐인 '캠퍼스'만을 만들고 숙식이 이뤄질 수 있는 '타운(마을)'은 만들지 않아 뒤늦게 숙박 문제를 해결하려다 인근 주민들과 갈등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생과 교수는 물론이거니와 학부생까지도 24시간 이상을 캠퍼스 내에서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캠퍼스'는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직장과는 체류 시간도, 체류 목적도 다른데 결국 숙박이 외주화되다 보니 주변 임대업자들의 공급자 우위 구조가 뿌리 깊게 형성돼버린 것이다.
김 교수는 교지의 상당 부분을 숙소로 바꾸어주는 '캠퍼스 타운' 조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공급자 우위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월세는 매학기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물을 가졌는데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러한 공급자 우위 구조 내에서 임대업자들의 반발은 기숙사 건립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실제로 김 교수는 11년 전 서울 성북구 개운산 부지에 고려대 기숙사를 건립하고자 했지만 인근 임대업자들과 하숙업 종사자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건립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10년 전 하숙업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면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진짜 생계수단이 그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이 점차 지나 하숙업 종사자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지금의 기숙사 건립 반대는 임대업자들이 하는 것이죠."
임대업자들은 공실에 따른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며 기숙사 건립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하숙업 종사자가 거의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는 생존권이 아닌 임대업자들의 재산권이 대학생들의 주거권과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봤다.
결국 '자취'는 혼자 살고 싶거나 주방을 쓰고 싶은 학생들의 사치재로서 공급돼야 마땅하지, 2-4인실에서라도 주거권을 보장받고 싶은 학생들이 기숙사 부족으로 고가의 월세를 감당해야만 하는 필수재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와 입법기관이 특별법이라도 만들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캠퍼스 타운 조성을 위해 김 교수가 제시한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관련 제도를 개선해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가 필요 없게끔 특별법을 만들거나, 교지 외라도 기숙사를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대학들은 지자체장 선거권을 가진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 막혀 기숙사 건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주민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선이 아니라 특별법을 통해 기숙사를 허락할 수 있게끔 해야합니다. 아니면 정부가 캠퍼스 밖에라도 기숙사를 지을 수 있게 조세 제도를 개선해줘야 합니다."
정부나 국회가 입법을 통해 교지 안 기숙사 건립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교지가 좁은 대학의 경우 교지 밖 부지에 건물을 매입해 기숙사로 쓰더라도 교지 내 건립과 동일한 수준의 세금을 적용해주고, 그밖에도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보장함으로써 대학이 교지 밖 기숙사를 만들 유인 요인을 만들어줘야 현재의 기숙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결국은 기숙사가 건립이 성공하려면 기숙사가 대학생들의 거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김 교수는 한 쪽의 양보만으로는 갈등이 줄어들 수 없다며 결국은 기숙사가 인근 주민들에게 상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예컨대 기숙사를 캠퍼스 부지 내 가장 외진 곳에 짓지 말고 가장 역에서 가까운 대로변으로 끌어오면 임대업자들에게도 긍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숙사를 캠퍼스 뒤편에 지으면 인근 원룸업자들은 자신의 임차인을 빼앗기기만 할 뿐이지만, 대로변으로 끌어오는 순간 상권이 형성될 수 있다. 기숙사 입소생들을 겨냥한 음식점, 헬스장, 독서실이 생겨나면서 거주하기 좋은 환경이 생기면 외부에서도 신규유입이 생길 수 있다. 또 아파트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공간복지가 새로 생긴다면 임대업자들의 재산권이 외려 강화될 수도 있다.
결국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대립은 갈등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대학에 충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이것이 인근 주민들에게도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어야 비로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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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새 기숙사 지으려면 헌 기숙사 닫아야"…결국 '반쪽 건립'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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