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 입니다.
"이 탑은 8층 높이고, 중심에서 4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1㎜씩 계속 기울어 1990년 초엔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습니다. 땅속 깊이 무거운 납추를 묻고, 기울어진 반대편 흙을 조금씩 파냈습니다. 그러자 겨우 균형을 되찾았습니다.
민주 정치도 그렇습니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언론자유 같은 납추가 없으면 무너지기 쉽습니다. 행정부를 견제하라는 국회의 대표가 중립적인 것도 균형을 잡는 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 졌습니다.
국회의장은 원래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선출합니다. 다만 관례적으로 다수당에서 소속 의원들이 투표로 후보를 정하면 그대로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후보 선출에 책임당원들의 뜻을 반영했습니다.
앞선 의장 경선 때 친명 추미애 의원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된 여파였습니다. 결국, 강성 당원의 영향력으로 의장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중립성은 당연히 약해질 수밖에요.
"당정청과 국회가 하나로 움직여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국회의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립적인 국회 운영, 야당과의 협치는 없습니다.
박지원 의원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 애국" 이라고 행정부와 한 몸이길 선언했습니다. 김태년 의원은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강조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야당 발언 중 강제로 마이크를 끄는 등 중립성을 의심받기도 했었죠.
미국에서도 권력은 독립기관을 흔들려고 했습니다. 퇴임을 앞둔 미국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 였습니다. 사임 압력, 법적 공세가 잇따랐지만 꿋꿋이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왔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에서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독립성은 말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자리를 걸어야 역사에 남는 겁니다. 예스맨 앞에서 민주주의가 살아남을까요?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서 유명해졌지만, 더 기울지 않도록 붙잡았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국회의장이 국민의 의장인지, 당원의 의장인지, 대통령의 보좌역인지 정답은 뻔합니다. 실천이 우선이란 거, 삼척동자도 다 압니다. 그런데 고귀하신 분들이 그걸 못합니다.
5월 12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기울어진 의장'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