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조직 개혁 의지도 내비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어떤 통화정책 기조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취임 선서식에서 “연준의 사명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달성”이라며 “지혜와 명확성, 독립성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이 목표를 추구할 때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성장은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미국의 번영과 국제적 위상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개혁 지향적인 연준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배우고 경직된 틀과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며 “청렴성과 성과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연준 독립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연준 개혁 기조에는 일정 부분 호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선서식에서 “미국에서 워시만큼 연준을 이끌 준비가 된 사람은 없다”며 “완전히 독립적인 의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보지 말고 누구도 의식하지 말라”며 “해야 할 일을 훌륭하게 해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임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모욕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워시 의장이 임기를 막 시작한 만큼 당분간은 공개 압박 수위를 조절하며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위원들이 각자 판단하겠지만 워시 의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행정부가 전적으로 워시 의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행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줄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시 의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는 다음 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 출범이 연준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워시 의장은 앞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통화정책은 대통령 요구가 아니라 연준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취임 선서는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 진행했다. 행사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주요 각료들이 참석했으며,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자리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워시 의장은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라이스의 국제정치학 강의를 들으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충돌했던 파월 전 의장은 의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연준 이사직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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