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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슐랭 셰프들, 사찰음식에 빠지다

  • 등록: 2026.05.29 오후 15:44

  • 수정: 2026.05.29 오후 16:53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미슐랭 셰프들이 사찰음식을 경험했다. 사찰음식은 건강한 맛을 지향하지만, 맛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에 집중하는 '미식'의 세계와도 통하는 면이 있을까. 미슐랭 스타 셰프 2명은 사찰음식이 자신의 음식과 크게 다르다고 평가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사찰음식의 깊은 풍미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싱가포르 미슐랭 3스타 출신 마틴 오프너(Martin Ofner) 셰프와 홍콩 미식계의 떠오르는 스타 에릭 래티(Eric Raty) 셰프를 만나봤다.

Q. 오늘 사찰음식 체험을 한 소감은?

A. 마틴 오프너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자연을 존중하고, 밖으로 나가 직접 맛보고, 냄새 맡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만난 선재스님은 최고의 본보기였다.

Q. 당신의 요리와 사찰음식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 어떤 영감을 얻었나?

A. 마틴 오프너

제 요리와 사찰음식은 정반대에 가깝다. 우리는 보통 강한 양념을 통해 에너지와 열정을 표현한다. 소금도 많이 쓰고, 마늘이나 미소(된장), 다양한 풍미 요소를 활용해 음식의 전체적인 맛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사찰음식은 완전히 반대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점이 좋았다. 제 요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양념이 굉장히 부드럽고 절제돼 있다. 소금도 적고 산미도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A. 에릭 래티

서양 요리, 그리고 내가 배워온 요리 방식에서는 주재료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 소금이나 짠맛 같은 강한 풍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늘 경험한 사찰음식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맛이 담백하고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놀라웠다. 짠맛을 강하게 사용하지 않는데도 음식마다 깊은 풍미가 있었고, 맛의 층위도 매우 풍부했다. 풍미를 내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다.

Q. 많은 사람들이 강한 양념이 맛을 더 끌어올린다고 생각하는데, 적은 양념으로도 미식이 가능할까?

A. 마틴 오프너

결국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경험한 방식은 가장 겸손한 접근법을 보여줬다. 재료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마늘도 사용하지 않으며, 강한 향신료나 자극적인 맛도 쓰지 않는다. 이곳에 와서 명인께서 만든 음식을 맛본 것은 나에게 매우 겸허해지는 경험이었다.

A. 에릭 래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끌어내고, 주재료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고, 내 요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히 긴 코스 요리를 먹은 뒤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배운 것들을 내 요리 속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생각이다.

Q. 음식이 정신적·영적인 가치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보나?

A. 에릭 래티

물론이다. 음식은 사람의 감정과 기분에 매우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나 있거나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더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찾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편안한 음식을 먹으면 마음도 차분해질 수 있다. 음식은 우리의 상태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 반영하기도 한다. 또 음식을 먹는 과정 자체가 우리 자신과 연결되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늘 사찰음식은 침묵 속에서 식사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떻게 느꼈나?

A. 마틴 오프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든 것이 너무 시끄럽다. 사람들은 늘 휴대전화와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는 파인다이닝의 미래 역시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소음을 조금씩 덜어내고,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음식을 먹고, 맛보고, 먹는 동안 자신의 감각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발우공양에서 그릇을 씻은 물까지 마시는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마틴 오프너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아무 생각 없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가 버려진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식사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험한 것 중 분명히 오래 기억에 남을 부분이며,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마틴 오프너(Martin Ofner )
마틴 오프너(Martin Ofner )

☞마틴 오프너(Martin Ofner )

마틴 오프너는 싱가포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젠(Zen) 출신 셰프다. 그는 젠에서 2024년부터 2026년 3월까지 총괄 셰프로 근무했다. 이에 앞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프란첸(Frantzen)에서 근무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인 그는 북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지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의 요리는 프렌치의 구조적 테크닉 위에 재료의 본질을 중시하는 일본의 절제미와 북유럽의 자연주의적 특성이 결합된 것이 특징으로, 프렌치·재패니즈·노르딕의 ‘삼위일체(Trinity)’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릭 래티(Eric Raty)
에릭 래티(Eric Raty)

☞에릭 래티(Eric Raty)

핀란드 출신 셰프 에릭 래티는 북유럽의 정교한 조리 철학에 아시아의 감각을 더해 자신만의 미식 세계를 구축해왔다. 홍콩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아버(Arbor)의 오너 셰프인 그는 계절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와 북유럽·일본 스타일이 어우러진 요리를 주특기로 한다. 2018년 개점한 아버는 이듬해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 미슐랭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절제된 기술과 계절감 넘치는 표현으로 홍콩 미식계를 사로잡은 그는 평생에 걸쳐 쌓아온 경험과 감각을 한 접시에 담아내는 셰프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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