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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한 달 사이 맞붙은 박홍근 vs 최교진

  • 등록: 2026.05.29 오후 16:44

  • 수정: 2026.05.29 오후 16:58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 재정경제부 제공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 재정경제부 제공

올해 봄, 정부 안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한 달 간격으로 두 부처 수장이 같은 사안에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먼저 칼을 빼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4월 21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학령인구는 줄고 내국세는 늘어 지방교육 재정이 중앙·지방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손질을 예고했다. 한 달 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맞받았다. "학생이 줄어드니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쪽은 "덜어내자", 다른 쪽은 "줄이진 말자", 같은 정부 안 두 장관의 시각차는 이 문제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 매듭인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교육교부금은 1972년부터 시행됐다. 내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떼어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구조다. 내국세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처럼 나라 안에서 걷는 대부분의 세금을 묶은 말이다. 비율은 초기 11.8%에서 출발해 지금은 20.79%다. 이 돈으로 무상교육이 가능했고 문맹이 사라졌으며 진학률은 세계 최고가 됐다. 사람밖에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교육에 돈을 몰아주자던 합의는 그 시대엔 옳았던 거였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골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교부금은 2016년 43조 2,000억 원에서 2025년 70조 3,000억 원으로 62.8% 늘었지만 학령인구는 602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14.8% 줄었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716만 원에서 1,371만 원으로 두 배가 됐다. 한 지방 중학교에서는 학생 1명을 위해 어른 9명이 근무한 사례까지 나왔다. 더 단적인 장면도 있다. 2022년 나라살림은 100조 원 넘는 적자를 냈지만 교부금은 적자와 무관하게 법정 비율 20.79%만큼 꼬박꼬박 배정됐다. 곳간이 비어도 학생이 줄어도 떼어가는 몫은 흔들리지 않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남는 돈, 못 쓰는 돈, 갇힌 돈

돈이 남으니 어디론가 샌다. 감사원 적발 사례를 보면 과거 부산시교육청은 재난지원금으로 학생 1인당 5만~30만 원을 뿌렸고 전남도교육청은 교사에게 출산장려금을 줬다. 압권은 서울시교육청이다. 예산을 빨리 쓴 학교에 포상금을 줬다. 돈 빨리 쓰기 대회를 연 셈이다. 선거철엔 더하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모든 고교생 연 10만 원, 중1 전원 100만 원 펀드 같은 현금성 공약을 쏟아냈다.

역설적으로 돈이 너무 많아 못 쓰기도 한다. 2022년 17개 시·도교육청이 다 쓰지 못한 돈이 7조 5,000억 원에 달했다. 그해 9월에만 세수 초과로 11조 원이 갑자기 내려왔지만 학기 중에 쓸 사업을 급조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쌓인 적립금은 2019년 1조 7,000억 원에서 2022년 22조 원으로 불었다. 반대로 세수가 줄면 교부금도 곧장 쪼그라든다. 2023년 세수 결손으로 이듬해 교부금은 6조 9,000억 원이나 줄었다. 호황엔 쌓아두고 불황엔 졸라매는 고무줄 재정이다.

더 뼈아픈 왜곡은 같은 교육 안에 있다. 교부금은 법으로 초·중·고에만 쓰도록 묶여 대학에는 한 푼도 못 간다. 그 결과 한국은 소득 대비 초·중·고 투자가 세계 1위인 반면 대학생 투자는 OECD 최하위권이라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등록금이 십수 년째 묶여 대학이 말라가는데 정작 학생이 주는 초·중·고로는 돈이 넘친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모델은 이례적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 중 내국세에 자동 연동해 중앙정부 부담을 정하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 교육자치의 맹점은 돈 쓸 권한만 있고 구할 책임은 없다는 데 있다. 교육청 수입의 96.7%를 중앙·지방정부가 책임진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교원 인건비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미국 학교구는 재산세를 직접 걷되 주민이 반대하면 증세도 못 한다. 자율성을 누리는 대신 재원조달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 다만 단순 삭감엔 경고도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학생 감소를 이유로 교원 양성 정원을 줄였다가 교사 부족 사태를 맞기도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KDI 보고서 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KDI 보고서 中

그래도 매번 좌초한 이유

정부도 손을 놓진 않았다. 지난 2022년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신설해 연 1조 5,000억 원을 대학으로 돌렸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개편이 번번이 좌초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교육계의 반발이다. 당장 교육부 수장부터 반대편에 서 있다. 2022년 노옥희 당시 울산시교육감이 교육감 중 처음 공개 반대한 이래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부금의 70%가 인건비라 운용 가능 재원은 30%도 안 된다고 맞서왔다. 노후 학교 개선과 AI 교육에 돈이 더 든다는 주장이 전부 엄살은 아니다.

둘째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인 표(票)다. 교부금 개편이 50년 넘게 해묵은 난제이면서도 좌초한 진짜 이유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산수다. 교육계는 교원과 교육공무직, 그 가족까지 묶이는 거대한 표밭이다. 어느 정당도 이들을 정면으로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한 여당 관계자는 교부금 개혁이 "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늘 뒤로 밀려왔다"고 토로했다.

셋째로 정부의 일관성도 도마에 오른다. 박 장관이 초선 때 교부금을 21%까지 확대를 주장하다 지금은 축소로 돌아선 것처럼 입장은 자리에 따라 뒤바뀐다. 야당 시절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을 강조하던 여당이 집권 1년 만에 지원 비율을 47.5%에서 30%로 낮추며 발을 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순간 교육계 설득은 더 어려워진다.

희망의 단서는 여론에 있다. 세금을 먼저 써야 할 사회문제로 교육을 꼽은 비율은 2009년 11.8%에서 2018년 7.5%로 내려앉았다. 노후·의료·실업·양육이 교육을 앞질렀다. 재원 마련법에 대한 생각은 더 또렷하다. 한 조사에서 국민의 80.6%는 증세 9.5%나 국채 9.9%보다 다른 분야 지출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교육계가 두려워하는 표심과 국민이 실제 바라는 민심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2019년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 교육부 홈페이지
2019년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 교육부 홈페이지

어떻게 바꿀 것인가

방향은 윤곽이 잡혀 있다. 핵심은 내국세 연동을 끊고 학령인구와 경제 규모를 반영하는 산식으로 갈아끼우는 것이다. 지난 2021년 KDI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교부금을 실질성장률에 물가 상승을 더한 값인 경상성장률만큼 안정적으로 늘리되 학생 비중 변화를 반영하자고 제안한다. 경상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해는 1954년 이후 1998년 한 번뿐이라 자동연동보다 훨씬 예측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삭감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방식이면 2021~2060년 약 1,046조 8,000억 원이 절감되면서도 학생 1명에게 돌아가는 돈은 1인당 국민소득의 27%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선진국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를 맞추는 데 필요한 최소액보다 오히려 많다. 여기에 일반지자체와 교육청의 돈을 합쳐 공동사업비를 만들거나 장기적으로 두 재정을 통합하고 교육청에 과세권을 줘 돈 구할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교부금 개편을 단순한 예산 깎기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최교진 장관의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 투자가 학생 1명에 어른 9명인 학교, 선거철 현금 봉투로 흘러가는 사이 현실에서 정작 학부모들이 연필과 자를 직접 사 보내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핵심은 얼마를 쓸까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쓸까다.

결국 두 장관의 대립을 풀 열쇠는 재정당국도 교육당국도 아닌 국민에게 있다. 지금껏 개편이 좌초한 것은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계 표심을 거스를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 두려움을 넘어설 힘은 여론에서 나온다. 정부가 할 일은 교육계와 힘겨루기가 아니라 왜 바꿔야 하는지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펼쳐 그 지지를 등에 업는 것이다.

박 장관 스스로 "공론화를 거치겠다"던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밀실의 숫자 싸움이 아니라 광장의 설득으로 나아가야 한다. 55년 묵은 숙제, 방울을 달 사람은 결국 방울소리의 주인이 될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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