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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143억' 이혼 재산 분할…대법 "경영권 위협해 형평 어긋나"

  • 등록: 2026.06.12 오전 11:03

국내 한 비상장사 대표의 800억원대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 상대방에게 143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분할대상 재산 대부분이 남편의 비상장사 주식인 상황에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려면 지분 상당량을 매각해야 하고, 남편이 경영자로서 들인 노력이 훼손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비상장사 대표 A씨 부부의 이혼 등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단해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심(2심)은 분할대상 재산이 되는 부부의 순재산 합계액을 약 891억원으로 정했다.

아내인 B씨 순재산은 35억원, A씨 순재산은 856억원이고, A씨 순재산 중 C사 비상장주식 2천주의 가액은 753억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A씨와 B씨의 재산분할 비율은 8대 2로 정했다.

쟁점은 A씨가 가진 C사 비상장주식을 분할하는 방법이었다.

원심은 C사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나머지 재산은 대상분할하도록 해 "A씨가 B씨에게 143억원을 금전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사 주식에 관해 오로지 대상분할 방식의 재산분할을 명한 것은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우선 C사 주식 가액을 제외한 A씨 순재산이 103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부동산이고, 그마저 다수는 아내 B씨와 공유하고 있어 B씨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을 처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A씨가 나머지 자산(103억원어치)을 모두 현금화하는 데 성공해 매각대금을 지급하더라도 여전히 나머지 40억원을 지급해야 하므로, 결국 "A씨는 C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해 대출받지 않으면 B씨에게 재산분할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또한 C사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 A씨는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과반을 매각하지 않는 한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만약 A씨가 주식을 매각해 회사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면 창업자 및 경영자로서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훼손되고, 나아가 회사의 존속 가치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반면 B씨는 주식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므로 형평에 어긋난다고 대법원은 봤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오로지 대상분할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명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여러 종류의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심은 앞서 든 사정을 모두 종합해 이 사건 주식에 관해 다양한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등 당사자들의 실질적 공평을 고려해 그 이해관계 조정에 보다 적합한 재산분할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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