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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人] 아파트 '쓰레기 임장' 다니는 김석훈…꽃미남 배우는 왜 '쓰저씨'가 됐나

'쓰레기 아저씨'로 부캐 단 배우 김석훈 인터뷰
  • 등록: 2026.06.13 오전 01:21

  • 수정: 2026.06.13 오전 10:02


주식·부동산 유튜브 거절하고 '망태기' 멘 이유
"압구정엔 보물 없다"…'쓰믈리에'가 밝히는 쓰레기 감별법
남들이 무심히 버린 것에서 가치 찾는 '인생 임장'
"연기도 재료일 뿐"…형식 떠나 메시지 나르는 '전달자'가 내 소임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 캡처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 캡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너도나도 '임장'을 다니는 시대다. 어떤 아파트가 오를지, 어느 동네가 다음 투자처가 될지 살펴보기 위해 사람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낯선 골목을 걷는다.

그런데 여기, 전혀 다른 임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아파트 시세를 볼 때 그는 재활용 선별장을 들여다보고, 누군가 투자 유망 지역을 찾을 때 그는 사람들이 버린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 추적한다.

배우 김석훈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 속 주인공보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쓰저씨'(쓰레기 아저씨 줄임말)로 더 유명해진 그를 만나, 남들이 버린 것들을 왜 찾아다니고, 거기에서 뭘 발견하는지 물었다.


■ 꽃미남 배우는 왜 쓰레기에 꽂혔나

 

인터뷰를 위해 찾은 종로의 한 사무실은 소박했다. 평소 배우 김석훈이 대본을 분석하고, 제작진과 모여 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 아이템 회의를 이어가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에 걸린 아버지가 쓰던 50년 된 시계, 당근마켓에서 가져와 천만 새로 갈아입혔다는 오래된 소파, 서가에 꽂힌 중고 전집들이 눈에 띄었다.

남들이 새 가구를 들일 때 버려진 것들로 일터이자 아지트를 채운 그는, 집에서도 자신만의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매일 아침 6시에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배우 생활이라는 게 바쁠 때와 안 바쁠 때의 삶이 너무 극명해요. 한창 일이 없을 때는 일주일 동안 스물한 끼 중에 스무 끼를 혼자 먹은 적도 있어요. 삶이 너무 불규칙해지니까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죠. 아무리 늦게 끝나도 집에서 제시간에 일어나 내 패턴을 지키자고."

그렇게 루틴을 지키며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소속사가 유튜브 개설을 제안했다.

1억 원의 씨드머니를 대줄 테니 부동산이나 주식 콘텐츠를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부동산은 투기를 조장하는 것 같았고, 주식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데다 관심도 없었다. 대신 그가 소속사에 역으로 던진 아이템이 바로 '쓰레기'였다.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엔 이렇게 덥지 않았잖아요. 편리함을 쫓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턴이 일상이 되면서 지구가 끓고 있는 거죠."

당연히 소속사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모양 빠진다', '조회수가 나오겠냐'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쓰레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쓰레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재탄생되는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소속사의 반대를 뚫고 2023년 탄생한 것이 지금의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쓰저씨)'다.
 

■ 정통 배우의 일탈이 먹힌 이유

사실 대중에게 김석훈은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익숙한 인물이다. 1998년 데뷔작 <홍길동>의 주연을 꿰차며 화려하게 등장한 후, 드라마 <토마토> 등에서 스마트하고 댄디한 이미지로 활약하며 '원조 실장님'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그렇게 반듯한 이미지와 지적인 분위기로 사랑받아 온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를 찾아나섰을 때 대중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본업과 너무나 거리가 먼 행보였기 때문이다.

영상 속 김석훈은 직접 골목을 누비고, 재활용장을 찾고, 버려진 물건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어깨에는 커다란 망태기가 걸려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골목을 돌아다니던 폐지 수집상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연예인의 일회성 환경 캠페인' 정도로 끝날 것 같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수만~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인파가 몰려 밤마다 쓰레기 몸살을 앓는 성수동, 홍대, 용리단길 같은 핫플레이스 골목을 빗자루 하나 들고 누비는 모습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어요. 피디나 작가들이 예능적인 감각을 보태서 음악도 넣고 아주 '험블(Humble)'하게 편집해 주니까 대중들이 되게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 콘텐츠를 보고 '소비'와 '쓰레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쓰레기가 어떤 과정으로 돈이 되고 탈바꿈하는지 추적하는 게 아파트 시세 보는 것보다 훨씬 짜릿하거든요."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 캡처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 캡처

■ '쓰믈리에'의 쓰레기 감별법

김석훈이 다니는 '쓰레기 임장'은 단순히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이 아니다.

쓰레기가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어떻게 돈으로 탈바꿈하는지, 그 이면을 파헤치는 철저한 '현장 조사'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나름의 임장 노하우도 상당하다.

"사람들이 쓸 만한 물건을 어디에 가장 많이 버릴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촌이라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찾아가 봤어요. 그런데 의외로 거긴 보물이 없더라고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아서 물건을 한 번 사면 버리질 않으세요. 진짜 보물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이사가 빈번한 동탄, 하남 미사, 마포, 송파 같은 중산층 신도시 분리수거장에 다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 '쓰레기 임장'을 통해 멀쩡하게 버려진 공기청정기만 지금까지 10개를 주워냈다. 필터만 갈아 끼우면 새것과 다름없는 가전들을 매니저와 방송국 분장실에 선물했다.

그의 시선은 아파트 단지를 넘어 거시적인 산업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최근에는 도심 공원에서 가지치기(전정) 후 버려진 나뭇가지들을 추적하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공원이나 가로수 자른 나무들이 다 매립되는 줄 알았는데, 기업들이 그걸 전부 수거해서 아주 잘게 부수어 '펠릿(Pellet)' 형태로 만들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화력발전소에 가져가 연료로 때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제성만 보면 석탄을 수입하는 게 싸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는 차원에서는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서 점점 이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아주 매력적인 친환경 비즈니스죠."

그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 옷이나 신발은 금방 크니까 새 옷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 "한 번 만들어진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는 것이 소비자가 부릴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꼼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주워온 보물, 아내가 몰래 버리기도

그의 집에서 나오는 20리터짜리 종량제 쓰레기 봉투는 한 달에 두어 장뿐이다. 일회용 컵을 멀리하고, 한 번 쓴 수건은 말려서 여러 번 다시 쓰는 그의 '짠물 생활'이 만든 결과다. 아내 역시 그런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지만, 일상 속 귀여운 '첩보전'이 없을 수는 없다.

그가 '쓰레기 임장'을 나갔다가 "멀쩡한 보물"이라며 중고 가구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집안으로 실어 나를 때면, 아내는 조용히 움직인다.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집안 어딘가로 숨기거나 슬그머니 밖으로 다시 내놓는 식이다.


"주워온 물건들을 아내가 몰래 처리하는 것 같아요.(웃음) 환경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가족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는 순간 싸움이 나거든요. 제 수건만이라도 지독하게 말려 쓰고, 아내가 슬쩍 치우는 물건들은 또 그 나름대로 타협하며 사는 게 평화의 비결입니다."

방 안의 에어컨 온도는 한여름에도 28도로 맞춘다. 밖이 35도를 웃돌 때는 28도만 되어도 충분히 시원하다는 논리다. 청결과 환경의 본질이 무분별한 세탁이나 건조기 사용에 있지 않다고 믿는 남편과, 그런 남편의 고집을 지혜롭게 완충해 주는 아내의 밀당은 부부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 자녀 교육도 친환경…'학원 뺑뺑이' 끊고 종로로 이사와

이런 철학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육열이 넘치는 용산에 살았었다. 하지만 너도나도 당연하다는 듯 초등학생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어린아이들을 선행학습 열차에 태워 쉴 틈 없이 학원가로 내모는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주변 아이들이 전부 영어유치원을 다니니까, 우리 애들도 자연스럽게 그 열차에 타야 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남들이 정해놓은 속도에 맞춰 애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뭔가에 목매는 환경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아이들이 흙을 밟고 자연을 호흡할 수 있는 한적한 종로 동네로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주변의 학부모나 선배들은 그에게 "결국 고3이 되면 대치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안 해두면 나중에 따라잡기 힘들다"며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김석훈은 요지부동이다. 무분별한 선행학습보다 아이에게는 '제 나이에 걸맞은 성장 속도'가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씩 하지만, 전 속으로 '놔두세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고 넘겨요. 저희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은 영어나 수학이 아니에요. 축구, 종이접기, 블록 만들기 같은 것들이 전부죠. 지금 나이에는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몸으로 뛰어놀며 자연과 접하는 환경 교육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학원 뺑뺑이 대신 선택한 것은 부모가 많은 시간을 함께 할애해 주는 '진짜' 가정교육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기 방에서 자던 아이들이 안방으로 건너와 아빠 품에서 함께 뒹굴며 하루를 시작한다. 중고 플랫폼 알림을 켜두고 반값에 구한 아이 옷을 입혀 나란히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일상. 공부 주입식 교육 대신 아빠의 시간을 통째로 선물받는 아이들은 맑고 순수하게 자연을 호흡하며 자라는 중이다.

 


■ '배우'라는 수식어보다 이것!

이제 대중은 그를 연기자보다 '쓰레기 아저씨'나 진행자로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본업보다 부캐가 더 커진 상황, 인터뷰 막바지 그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자신은 연기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뜻밖의 고백이었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선배님이 '재료는 다 똑같았다'고 하신 말씀이 와닿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해요. 연기든 유튜브든 진행이든 형태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기사 노릇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택시 기사든 버스 기사든 배달 기사든, 정확하게 전달만 하면 되는 거죠."

그는 스스로를 배우라는 틀에 가두기보다 진실을 나르는 '전달자'로 정의했다. 10년 후에도 이 사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밤마다 고민한다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생각해 보면 그의 관심사는 처음부터 쓰레기가 아니었다. 버려진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여긴 것들, 쉽게 소비하고 지나치는 물건들, 심지어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 공식 밖의 삶까지. 김석훈은 그런 것들을 주워 들고 다시 바라본다.

그가 전국을 돌며 수집해 온 것은 결국 남들이 무심히 지나친 '가치의 흔적들'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배우 김석훈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하고 있는 인생의 진짜 '임장'인지도 모른다.
 

김석훈이 유재석에게 받은 한우 선물세트의 보냉백. 부피만 크고 재활용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석훈이 유재석에게 받은 한우 선물세트의 보냉백. 부피만 크고 재활용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절친 유재석에게 받은 고기 상자의 보냉백이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라며 "다시는 보내지 마라"고 타박했다는 일화가 그렇다.

가까운 벗에게 던진 까칠한 잔소리 뒤에는, 지구와 다음 세대를 향한 뜨거운 애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의 숨은 가치를 가득 실은 그의 망태기는 앞으로도 쉽게 가벼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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