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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테크] '로봇팔' 달고 7kg 장비 옮기니…"어, 누가 내 팔을 올려주나?"

  • 등록: 2026.06.15 오전 06:30

  • 수정: 2026.06.15 오전 09:58

조끼만 입었는데…팔 올려 작업하는게 '너끈'


서울 광화문에 있는 TV조선 7층 스튜디오.

천장은 개당 7kg짜리 조명 150개가 촘촘히 박혀있는 '조명밭'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5m 높이 천장에 올라가 팔을 높이 들고 고개를 잔뜩 젖힌채 조명 각도를 맞추는 일을 해봤습니다.

목도 뻐근 어깨도 뻐근하게 아파야 하는데, 게다가 저는 이 일이 처음인 '초짜'인데 이상하게 가뿐합니다. 누군가 제 팔을 들어올려준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제가 '이것'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민소매 조끼 같은데, 양 어깨 쪽에 정체 모를 기계 모듈이 달려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이 요상하게 생긴 물건은 뭐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20년차 조명감독님도 '이것'을 입어보시더니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한태희 / TV조선 조명감독]
"무게가 한 50%는 감량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요상한 조끼의 정체는 뭘까요? 지금부터 같이 알아보시죠.
 

현대차가 만든 '로봇팔', 윗보기 작업 부담을 덜다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일하는 이른바 '윗보기 작업'을 아십니까.

건설 현장에서 높은 천장의 배관을 조이거나, 자동차 공장에서 차체 하부를 용접하는 일, 또는 항공기 정비사가 거대한 동체 위쪽을 수리하는 일인데요,

이런 동작을 하루에 수백 번, 많게는 수천 번씩 매일 반복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자주 걸리는 고질병이 바로 '어깨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구원투수가 바로 이 조끼,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입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인데요.

무한한 잠재력을 뜻하는 'X'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able'을 합쳐 '인간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전기도 배터리도 필요없는 '1.9kg의 기적'


기능은 첨단인데,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전체 무게는 고작 1.9킬로그램으로 무거운 공구 하나보다 가볍습니다.

입는 방법도 직관적입니다. 일반 조끼를 걸치듯 입고 양팔을 받침대에 고정하면 끝입니다.

흔한 전원 버튼도, 스마트폰 앱 연결도, 귀찮은 충전 과정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팔을 올리는 순간, 무형의 존재가 아래에서 팔을 부드럽게 밀어 올려주는 듯한 지지력이 느껴집니다.

비결은 완벽하게 계산된 내부 구조에 있습니다.

로봇 내부에는 크랭크 축과 인장 스프링, 그리고 멀티링크로 구성된 '근력 보상 모듈'이 들어있는데요.

작업자가 팔을 들어 올리면 이 스프링이 압축되면서 강력한 반발력이 생기고, 그 역학적인 힘이 인간의 어깨 근육을 대신해 받쳐주는 원리입니다.

배터리 없이, 전원 없이, 순전히 스프링 하나로 어깨 관절에 걸리는 부하를 최대 60퍼센트까지 줄여주는데, 과연 실제 현장에서도 바로 체감이 될까요?
 

"아픈 어깨 부여잡지 않고 몇 년 더 일했을텐데…."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어깨 부하를 60%나 줄여준다고 하는데,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나요?

[박세헌 /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1팀 책임연구원]
"먼저 입으시면 팔을 드는 동작을 할 때 확실히 어깨 부담을 줄여준다는 피드백이 가장 많았습니다."
"착용하면 어색한 면도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자주 착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적응하시고요."

실제로 이 가벼운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현대차는 3년 동안 현장 작업자 300명의 목소리를 치열하게 반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발진의 마음을 울린 피드백도 많았다고 합니다.

Q. 실제 작업자분들을 만나보셨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규정 /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관절로봇설계팀 책임연구원]
"정년을 앞둔 분이셨는데 (로봇이) 빨리 나왔으면 근골격계 질환 부담 없이 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얘길 해준 분이 계시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이 젊은 후배들이 사용할 수 있게 빨리 보급되고 사용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그런 의견들이 개발자, 설계자 입장에서 강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 어깨 지키는 '따뜻한 기술' 어디까지 뻗어갈까


인간의 몸을 먼저 생각한 이 따뜻한 기술에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나 기아 같은 자동차 공장은 물론이고, 안전과 정밀함이 생명인 대형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Q. 자동차 공장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까지 도입이 확대되고 있나요?

[박세헌 /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1팀 책임연구원]
"대한항공, 한화오션, 한국철도공사, 한국항공우주산업,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같은 정말 다양한 고객사에서 저희 제품을 이용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보통 ‘로봇’이라고 하면, 거대한 공장 라인에서 인간을 배제한 채 차갑게 쉼없이 움직이는 무인 로봇 팔을 떠올리곤 합니다.

효율성과 인간의 대체 가능성에만 주목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 만나본 엑스블 숄더가 바라보는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사람의 곁을 가장 가깝게 지키는 ‘따뜻한 기술’입니다.

어떠한 전자 장치도 없이, 오직 정교하게 설계된 스프링 하나로 묵묵히 노동자의 어깨를 지켜주는 기술.

어쩌면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이 설계가, 노동 현장의 인간을 지키는 가장 위대한 기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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