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어디로 가야하죠?"…못 써서 171억 원 사라진 급식카드의 비밀
등록: 2026.06.28 오전 10:44
수정: 2026.06.28 오전 11:13
■ “저희는 아닌데요?”…지도는 있지만 가게는 없을 때
결식아동 급식카드 사용처를 찾기 위해 지도를 켰습니다.
마침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지도가 있어 수월하게 가맹점을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가맹점들이 밀접하게 모여 있는 지역 한 곳을 골라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저희는 아닌데요? 그런거 몰라요.”
결식아동 급식카드 사용처로 나와 있어 얼마나 많은 아동들이 사용하는지 물어보고자 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깃집 주인은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인근에 사용처가 없을거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식당을 빠져나와 바로 옆 가게로 향했습니다.
“저희가요?”
첫 번째 답변을 들은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급식카드 사용처가 아니라는 냉면집 사장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 마지막 자료 업데이트는 7년 전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사업에서 기업 제공 데이터를 봤기 때문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닌가 싶어, 곧바로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결식아동 급식카드 사용처’
검색 결과 가장 최신 업데이트는 2019년 1월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해당 자료를 토대로 가게 한 곳 한 곳 지도와 대조하고 방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점 세 곳을 더 방문한 뒤에야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운영 중이라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월세가 많이 오르면서, 급식카드 사용처들이 옆 동네로 많이 이사 갔어요.”
점주는 지자체 자료 속 가게들이 사라진 배경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까?
같은 광역자치단체에 속한 다른 지역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에서 마련한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보니 가맹점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오게 만들었던 지도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 쓰는 법을 알아도 못 쓴다, 결식아동 급식카드
아동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들의 결식 예방과 영양개선을 위해서 지방정부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아동급식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급하는 카드입니다.
도시락 제공 같은 물리적 지원과 달리 아동들이 먹고 싶은 때, 먹고 싶은 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4일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발급이나 부정 사용 사례, 미사용 액수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진 반면 필요 정보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제대로 제공되는지에 대한 점검은 빠져 있었습니다.
현장 취재를 다니며 보건복지부에 문의 해보니, “급식카드 사용처 가맹점 목록을 각 지자체에서 현행화 해 게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방정부 이양사업이다보니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관리나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는 상황인겁니다.
■ “카드 사용법은 알지만 사용처는 모르는 상황이 없도록”
공공데이터포털에는 ‘전국아동복지급식정보표준데이터’가 게재돼 있습니다.
결식우려 아동에게 발급된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의 가맹정보를 지자체에서 제공받아 한데 모아 게시한 겁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수정일이 이달 24일인 지역부터 2022년 6월인 지역이 있는 등 정보 개정 시점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이 마저도 찾기 위해 수 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들이 사용처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급식카드 사용처를 한데 모아 쉽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은 없을까?
급식카드 발행 등을 관리하는 ‘행복e음’ 사이트에서도 확인이 어려워 복지부에 문의해봤습니다.
그러자 “가맹점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몰라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안내했습니다.
원론적 답변이 돌아온 겁니다.
2024년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아 소멸된 금액은 약 171억 원, 급식카드 충전액의 10%도 쓰지 못한 아동이 약 4800명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카드 사용 시 낙인감 우려나 사용방법 미숙지가 미사용 소멸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용 원인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용처를 찾아 나섰지만 가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을겁니다.
낙인찍힐까 걱정하면서도 용기 낸 아이들에게 또다른 좌절감을 주지 않도록, 아이들 손에 쥐어줄 정확한 지도 정보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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