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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챗] 배재고는 왜 '어른 싸움'이 됐나…'6개월 출전정지'가 쏘아올린 공

  • 등록: 2026.07.03 오후 12:08

  • 수정: 2026.07.03 오후 12:46

배재고 응원가 논란 장면.  방송 캡처
배재고 응원가 논란 장면. 방송 캡처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파장이 심상치 않다. 체육계를 넘어 정치권 공방과 시민단체 고발전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또 '6개월간 전국대회 출전정지'라는 징계가 필요한 교육 처분인지, 과도한 낙인인지를 두고 갑론을박도 거세다.

논란의 핵심을 Q&A로 정리했다.
 

■ 배재고 야구부 사태 전말은?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에서 시작됐다.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에 6대2로 앞서던 8회초, 광주제일고 투수가 투구를 준비하던 상황에서 배재고 더그아웃의 일부 선수들이 상대 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배재고 2학년 학생 1명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선창했고 다른 학생들이 동조해 후창했다. 이어 또 다른 학생이 "탱크 데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배재고 코치진은 더그아웃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제일고 코치진이 항의하자, 배재고 수석코치는 공수교대 때 상황을 확인하고 학생들을 훈계했다. 경기 종료(배재고 7대2 승) 후에는 배재고 코치진이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찾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장면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은 급속히 커졌다.

배재고는 이후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학교 측은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광주 시민을 비롯한 많은 분께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렸다"며 "해당 학생 선수를 즉시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개된 경기 영상에서 여러 선수가 구호에 동참한 모습이 확인된데다, 사과문 하단에 구글 생성형 AI 워터마크(제미나이)가 발견되면서 'AI 사과문' 논란까지 불거졌다.

직접 사과하는 절차도 순탄하지 않았다. 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학생, 학부모는 광주제일고를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광주제일고 측은 "학생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방문 재고를 요청했다. 결국 사과 방문은 미뤄졌다.
 

배재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 구글 AI '제미나이'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때 삽입되는 워터마크가 있다. /배재고등학교
배재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 구글 AI '제미나이'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때 삽입되는 워터마크가 있다. /배재고등학교

■ 이 구호가 왜 문제가 됐나?

이 응원 구호가 지난 5월 불거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논란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탱크'라는 표현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사 진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광주 지역 학교를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가 나왔다. 여기에 "탱크데이"라는 말까지 알려지면서 지역 비하와 5·18 조롱 논란으로 번졌다. 응원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상대 지역의 역사적 상처를 건드렸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파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광주제일고였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광주제일고는 광주를 대표하는 고교야구 명문이다. 상대 팀의 지역성과 역사적 맥락을 겨냥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응원 문제를 넘어 청소년 역사 인식 등으로 번졌다.
 

지난 5월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방송 캡처
지난 5월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방송 캡처

■ 그래서 어떤 조치가 이뤄졌나?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2'는 배재고 편 방송을 취소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곧바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협회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번 일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징계는 곧바로 적용됐다. 2일 예정됐던 청룡기 2회전 배재고와 순천효천고의 경기는 배재고 몰수패로 처리됐다. 배재고는 이번 청룡기뿐 아니라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등 남은 전국대회에도 나설 수 없게 됐다.

다만 협회는 배재고의 1회전 출전 자체를 취소하거나, 광주제일고전 결과를 소급해 바꾸지는 않았다. 따라서 광주제일고는 그대로 탈락했고, 순천효천고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도 후속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체육팀 장학관과 장학사를 배재고에 보내 긴급 장학지도를 실시했고, 학교 운동부의 차별·혐오 표현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배재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권 감수성·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여름방학식 전까지 역사 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야구부 훈련 역시 자숙 차원에서 중단했다.

학교 내부 징계 절차도 시작됐다. 배재고는 "스타벅스 가야지"를 선창한 학생과 "탱크 데이"를 외친 학생 등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동조 학생을 추가로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차원의 개인 징계는 별도로 남아 있다. 협회는 팀에 대한 6개월 출전정지와는 별개로 선수 개인과 지도자 책임을 추가 조사한 뒤 다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배재고 정문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응원화환. /연합뉴스
배재고 정문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응원화환. /연합뉴스

■ 배재고 앞은 왜 '화환 전쟁터'가 됐나?

논란은 학교 밖으로도 번졌다. 배재고 정문 앞에는 비판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과 야구부를 응원하는 화환이 동시에 놓였다. 일부 화환에는 "프로 지명 금지" 같은 강한 표현도 담겼고, 반대로 "기죽지 말고 힘내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응원 문구도 등장했다.

화환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사실상 '화환 전쟁터'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동구청은 도로법상 불법 적치물 정비 규정에 따라 화환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항의하며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배재고는 학생 보호 차원에서 교복 대신 사복 등교를 허용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욕설이나 해코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배재고 앞 근조화환 아래 붙여져 있는 응원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배재고 앞 근조화환 아래 붙여져 있는 응원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6개월 출전정지'는 어떤 의미?

고교야구에서 6개월 출전정지는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특히 3학년 선수들에게는 남은 고교 무대가 거의 끝났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이 대학 입시와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다. 전국대회는 고교 선수들이 대학과 프로 구단에 자신을 보여주는 핵심 무대다. 투수는 이닝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타석에 서야 기록과 평가가 남는다.

하지만 배재고는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에서 이미 1회전 탈락했고, 이번 청룡기도 몰수패 처리됐다. 여기에 6개월 출전정지까지 더해지면서 3학년 선수들은 남은 시즌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

KBO 신인 드래프트는 프로 구단이 신인 선수를 뽑는 절차다. 이번 징계가 곧바로 드래프트 참가 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구단이 징계 이력과 여론 부담을 의식할 가능성은 있다.

결국 이번 징계는 단순히 몇 달 경기에 못 나가는 일이 아니다. 3학년 선수들에게는 입시와 드래프트를 앞두고 기록, 평가, 평판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타격이다.
 

/JK 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처
/JK 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처

/한정수 인스타그램 캡처
/한정수 인스타그램 캡처

■ "책임 당연히 물어야" vs "너무 가혹하다"

여론은 둘로 갈렸다. 역사 조롱과 지역 혐오 표현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미성년 학생 선수들에게 6개월 출전정지는 과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광주일고 총동창회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출전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목적은 학생의 나락이 아닌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며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배재학당총동창회는 징계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총동창회는 "잘못된 부분은 분명 성찰하고 책임져야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교육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학생 선수 보호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방송인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홍석천은 "학생들이 직접 광주로 내려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배우 한정수는 "철없는 아이들만의 일탈이 아니다"라며 청소년 사이에 퍼진 역사 조롱과 혐오 정서를 지적했다. 반면 가수 JK김동욱은 "정권은 너희 미래보다 짧다"면서 배재고를 지지했다.

정치권 공방은 더 거셌다.

민주당에서는 역사 조롱과 지역 혐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요구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대 청소년에게 왜곡된 인식과 혐오, 조롱이 뿌리 깊게 침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을 "학생들 행위는 학폭으로 다루어 엄벌해야 한다"며 야구부 해체까지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일부 야권 인사들은 징계 수위가 과하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상대팀에 대한 야유의 소재로 삼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스타벅스도 영업정지 안 당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하루 만의 중징계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상황이 다 다른데, 모든 선수에게 같은 불이익을 준 것은 연좌제"라고 꼬집었다.

고발전도 시작됐다.

보수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인사들을 강요·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자유대한호국단도 비슷한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고,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도 협회 수뇌부 등에 대한 고발을 예고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학생들의 잘못을 어떻게 책임지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징계가 교육적 처분인지 회복하기 어려운 낙인인지를 두고 갈라지고 있다.
 

/정치인 SNS 캡처
/정치인 SNS 캡처

■ 혐오와 조롱, 10대들 장난감이 되다

이번 논란이 커진 이유는 단순히 한 학교 야구부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은 혐오 표현의 '밈화'다. 과거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던 지역 비하와 역사 조롱 표현이 이제는 SNS와 유튜브, 게임 채팅을 타고 10대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원래 뜻을 정확히 몰라도, '웃기다', '세다', '반응이 온다'는 이유로 따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구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장난이나 응원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듣는 쪽에는 광주와 5·18을 겨냥한 조롱으로 받아들여졌다. 말의 의도보다, 그 말이 가진 맥락과 상처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학교 현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전교조 조사에서는 교사 10명 중 8명가량이 학교에서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쓰는 학생을 자주 목격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농담이었다", "그런 뜻인 줄 몰랐다"고 하면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배재고 야구부 징계 문제를 넘어섰다. 학생 선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학교와 지도자, 교육 당국이 이런 표현을 어떻게 가르치고 막을 것인지가 함께 쟁점이 됐다.

징계 이후의 과제도 남았다.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상대 팀과 지역사회를 존중하는 응원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번 논란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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