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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챗] '홈플러스 후폭풍' 이제부터…30년 대형마트는 왜 2000억에 무너졌나

  • 등록: 2026.07.04 오전 00:20

/TV조선 방송 캡처
/TV조선 방송 캡처

국내 대표 대형마트였던 홈플러스가 출범 약 30년 만에 파산 기로에 섰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는 14일 안에 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무거운 재무구조, 매각 실패에 대주주 책임론까지 겹친 결과다.

직원과 협력업체 피해가 현실화된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남은 쟁점을 짚어본다.

■ '회생절차 폐지' 결정타는 2000억 원

서울회생법원은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실제로 수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정타는 2000억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고, 인력도 대폭 줄여 다시 버티겠다는 계획을 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상품을 들여오고, 임금을 지급하고, 점포를 운영할 최소 자금이 필요했다. 법원이 본 그 금액이 2000억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끝내 이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회생절차 폐지가 곧바로 파산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14일 안에 즉시항고와 함께 실제 자금 조달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청산 수순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 업황 부진에 빚 부담까지 '이중고'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홈플러스 위기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업체가 빠르게 커졌고, 소비자들은 마트에 직접 가기보다 휴대전화로 장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알리와 테무 같은 중국계 플랫폼까지 초저가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유통업계 경쟁은 더 거세졌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와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도 컸다. 한때 지역 상권의 중심이던 대형마트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업황 악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에서 시작해 영국 테스코를 거쳤고, 2015년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 원 규모로 매각됐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거래였다.

문제는 이 인수에 상당한 빚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빚을 내 회사를 사는 방식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하면 이자 부담이 회사를 빠르게 압박한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유통 변화에 밀리는 동시에 빚과 임대료 부담까지 안고 버텨야 했다.

점포 매각도 책임론의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점포와 부동산 등을 팔아 4조 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일부 점포는 건물과 부지를 판 뒤 다시 임차해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돈이 온라인 전환이나 점포 경쟁력 강화에 충분히 쓰이기보다, 인수 당시 빌린 돈을 갚고 금융비용을 줄이는 데 주로 사용됐다고 비판해왔다. 회사를 살릴 투자보다 빚을 줄이는 데 더 집중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MBK 측은 "홈플러스 돈을 배당으로 가져간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점포 매각 대금도 홈플러스 법인으로 들어갔고, 운영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쓰였다는 설명이다. 또 회생절차가 진행되면서 자신들도 투자금 대부분을 잃게 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돈을 직접 가져갔느냐에만 있지 않다. 대규모 자산 매각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그 사이 홈플러스의 온라인 경쟁력과 점포 경쟁력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결국 MBK 책임론은 10년 가까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회사의 구조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했느냐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회생 직전 논란, 새 주인 찾기도 실패
 

MBK 외경.  /TV조선 방송 캡처
MBK 외경. /TV조선 방송 캡처

홈플러스 사태는 회생 신청 직전부터 논란이 컸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는데, 그 직전까지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 등이 판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와 MBK 측이 유동성 위기나 회생 신청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반면 홈플러스와 MBK 측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해왔다.

핵심은 상품 구조보다 정보 공개 여부다.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는 홈플러스가 직접 발행한 일반 회사채와는 다르게, 카드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만든 상품이다. 하지만 회생 신청 가능성이 임박한 상황이었다면 관련 위험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됐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회생 이후 홈플러스는 새 주인을 찾는 방식으로 정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본체를 통째로 떠안겠다는 인수자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전국 점포망과 브랜드 인지도는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물류비, 납품망 부담이 크고,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 속에서 사업을 다시 키워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부 매각은 성사됐다.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1206억 원 규모로 넘어갔다. 신선식품과 근거리 유통망을 키우려는 하림 측의 이해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 홈플러스 전체를 살리기에는 부족했다. 대형마트 본체의 영업을 정상화할 새 투자자도 찾지 못했다. 매각으로 회생의 불씨를 살리려던 계획이 사실상 반쪽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MBK의 자금 지원 공방도 이어졌다. 홈플러스와 MBK는 메리츠의 지원을 요구했고, 메리츠는 MBK와 김병주 회장 측의 추가 보증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이미 자금 지원과 보증 부담을 해왔다며 맞섰다.

결국 익스프레스 매각대금만으로는 부족했고, 본체 매각도 실패했으며, 채권자와 대주주 사이의 추가 자금 공방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원이 요구한 2000억 원은 끝내 마련되지 않았고, 이것이 회생절차 폐지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직원 1만2000명·협력사 4600곳…피해는 이제부터

회생절차 폐지의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경매 같은 개별 권리행사가 제한된다. 회사가 다시 설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종의 보호막이 씌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이 보호막은 약해진다. 채권자들이 각자 돈을 회수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고, 담보를 가진 금융기관이 먼저 권리행사에 나서면 회사의 자산과 영업망은 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법원이 곧바로 파산을 선고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영업을 유지하기는 훨씬 어려워지는 구조다.

고용 불안도 커졌다. 홈플러스 직원은 한때 2만 명에 달했지만 희망퇴직과 사업부 매각 등을 거치며 현재 약 1만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약 3000명은 37개 점포 폐점 발표 이후 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임금 지급과 전환 배치, 희망퇴직금 문제도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 피해도 가볍지 않다.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협력사는 4600곳이 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들이 받지 못한 납품대금이 평균 7억7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노동계는 정부 개입과 정상화 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다.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직원과 입점업체, 납품업체, 물류·청소·주차 인력, 지역 상권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정부도 대응 착수…직접 구제보다 피해 최소화

정부도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관계기관 전담반을 열고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내놨다.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00만 원까지 체불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생계비 융자와 실업급여, 재취업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둔 중소 협력업체에는 긴급 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 등 4400억 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추진한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지원 한도를 높이고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정부 지원은 홈플러스를 직접 살리는 돈이라기보다, 직원과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망에 가깝다. 민간기업 회생에 정부가 직접 돈을 넣으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대주주와 채권자, 새 투자자가 실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내놓느냐에 따라 30년 대형마트의 운명이 갈리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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