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챗] "잠수함 성능은 자신 있었지만"…'나토'에 밀리고, '투자계획'에 눌렸다
등록: 2026.07.07 오후 15:26
수정: 2026.07.07 오후 15:33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 수주 경쟁에서 탈락했다. 캐나다 정부는 6일(현지시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상호 운용성과 캐나다 내 대규모 투자계획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안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정부는 그러면서 "고배를 마신 한국도 캐나다 해군의 높은 성능 요건을 충족했다"고 추켜세웠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때 독일로부터 잠수함 기술을 배웠던 한국이 이제 성능 면에서는 동등하거나 더 앞선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방산 기술의 놀라운 성장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수주전이 K-잠수함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기술을 배웠던 원조국 독일을 끝까지 긴장시킨 K-잠수함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 SLBM 발사까지 완벽 성공…세계 최고 수준 디젤 잠수함
지난 2021년 9월 15일, 3000t급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실시한 이날 발사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때까지 SLBM 잠수함 발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등 6개국뿐이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 성공이었던 것. 우리나라는 3000t급 이상 잠수함을 독자 개발한 세계 8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도산안창호급은 설계 단계부터 6~10개 수직발사관을 갖춰 SLBM이나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시험발사에선 수중사출 시험을 통해 '콜드론치(cold launch)' 기능도 확인했다. 콜드론치는 발사관에서 고압·고열의 가스로 밖으로 불어낸 미사일이 수면 위에서 점화해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 무장 수준도 '엄지척'…현무-4 미사일 탑재
도산안창호급은 수중 최대속력이 20노트(시속 37㎞) 이상, 탑승 인원은 50여 명이다. 길이 83.3m, 폭은 9.6m로 직전 손원일급(KSS-II) 대비 덩치도 2배 정도 커졌다. 전투체계와 소나체계를 비롯해 국내 개발 장비를 다수 탑재해 국산화율을 향상시켰다.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SLBM 수직발사관 6개와 533㎜ ATP 어뢰발사관 6문을 통해 중어뢰는 물론, 하푼 대함 미사일과 현무-4 등을 무장한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3,000t급 이상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이 잠수함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능 면에서는 독일 TKMS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 북한 잠수함 전력 대응 위해…시작은 미미했지만
K-잠수함의 문을 연 건 장보고급(KSS-I)이다. 1980년대 들어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하고 잠수함을 이용한 침투 등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개발을 추진했다.
잠수함 강국 독일과의 협상 끝에 1987년 1차분을 주문했다. 1번함은 현지에서 제작하는 걸로 하고 독일 호발츠베르케-도이체 베르프트(HDW)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 HDW는 현재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 경쟁사였던 TKMS의 자회사다.
이렇게 탄생한 장보고급 잠수함이 한국 해군 최초의 디젤 잠수함이다. 56m 길이에 1,200t급 크기로 대함전과 대잠전에 탁월한 강점을 지닌다. 최대 속력은 약 20노트(시속 37km) 수준이다.
장보고급은 1차, 2차, 3차로 나누어 3척씩 총 9척이 도입됐다. 1호 장보고함은 1991년 HDW로부터 인수했고, 2번함부터는 당시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했다. 9척 모두 운영되고 있었다가 1번함인 장보고함은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퇴역했다.
■ 성능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와…청출어람
K-잠수함은 '손원일급'으로 한 단계 진보했다. 손원일급(KSS-II) 잠수함은 길이 65m, 배수량 1,800t급이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장보고급과 달리, 보조추진체계인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했다. 스노클링을 최소화해 잠항시간을 늘리고 적으로부터 탐지될 가능성을 그만큼 낮췄다. 또 적의 핵심시설에 대한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1,000km의 국산 순항 미사일인 해성-II를 탑재했다.
후속이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이다. 3,000t급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3척(KSS-III Batch-I)은 2024년까지 모두 취역했다. 그리고 또 이 후속으로 3,600t급 장영실급 잠수함(KSS-III Batch-II)이 현재 건조되고 있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에 뛰어든 모델이다.
여기에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오랜 숙원인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이 실현되면 세계 7번째 핵잠수함 운용국이 된다.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을 완벽하게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한국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이 독일의 HDW 조선소에서 건조됐지만, 이제 그 독일과 막대한 규모의 잠수함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쟁을 넘어 성능에서는 더 낫다는 평가도 받는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 잠수함 기술력·장거리 작전 능력도 입증
K-잠수함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이번에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독일 TKMS에 뒤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600t급 도산안창호급(KSS-III Batch-II) 잠수함은 이미 실물이 건조된 플랫폼이었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급 Batch-I(KSS-III Batch-I)은 진해에서 괌,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1만4천km를 항해했다. 장거리 작전 능력과 캐나다 해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과시한 것이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차세대 전투체계 등이 적용됐지만 아직 실물이 없는 설계 단계였는데 낙점을 받았다.
■ 2011년 K-잠수함 기반 첫 해외 수출 성공
K-잠수함은 그동안 해외 수출의 문을 두드려 왔다. 첫 수출은 2011년이다.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주해 인도네시아에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2025년에는 폴란드 오르카(ORCA)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냈다가 지난해 11월 스웨덴 사브(Saab)에 밀렸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3조~8조 원 규모의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폴란드 해군의 현대화 사업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주와 도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잠수함 수출 사업에 필요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3,000t급 잠수함 최소 4~6척과 4,000~6,500t급 호위함 5척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해군 현대화 과정 관련 입찰 규모만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는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잠수함 4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동남아에서도 잠수함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은 2조 원 규모 중형 잠수함 2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고, 태국은 4,000t급 호위함 4척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다목적 지원함 2척을 도입한다.
■ 방산업계 "잠수함 강국 독일과 대등한 경쟁 자체로 의미"
방산업계에서는 한국이 독일과 대등한 선에 올라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을 만들어 전쟁을 치른 만큼, 100년 이상 경험을 쌓은 국가다.
TKMS가 만든 수출형 잠수함은 전 세계 해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독일과 박빙으로 겨루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 잠수함 기술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주했다면 좋았겠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잠수함 제조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한 것만으로도 한국 방산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잠수함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잠수함 산업이 글로벌 메이저 시장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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