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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챗] "팔면 후회, 사면 불안" "울다 웃다 천당갔다 지옥갔다"…'도박판 증시' 괜찮나

  • 등록: 2026.07.10 오후 15:16

  • 수정: 2026.07.10 오후 15:32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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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하루는 급등하고 다음 날은 급락하는 장세가 되풀이되고, 시장의 비상벨인 매수·매도 사이드카도 쉴 새 없이 울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2700대였던 코스피는 1년여 만에 9000선을 뚫었지만, 불과 3주 만에 7000대로 밀려났다.

오를 때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 어서 타라"던 시장에서 이제는 "안 뜯은 새 주식이니 환불해 달라"는 농담이 돈다. 크게 번 기억을 놓지 못한 투자자는 다시 수익을 좇고, 크게 잃은 투자자는 본전을 찾겠다며 판돈을 더 키운다.

정치권에서 '카지노', '오징어 게임'이라는 말까지 나온 국내 증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9000피 잔칫집, 3주 만에 7000대로…롤러코스터 증시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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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잔칫집이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18일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 9063.84로 마감했다. 이튿날에는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을 타고 지수를 끌어올리자 '1만 코스피'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퍼졌다.

하지만 올라갈 때만큼 내려오는 속도도 빨랐다.

코스피는 지난 2일 하루 만에 7.89% 폭락해 7648.09로 내려앉았다. 바로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5.76% 뛰어 8000선을 되찾았다. 그러나 7일과 8일 다시 4.91%, 5.35%씩 떨어지며 7246.79까지 밀렸다. 어제 팔면 후회하고 오늘 사면 불안한 장세가 반복된 것이다.

급등락이 일상이 되자 시장의 비상벨도 쉴 새 없이 울렸다.

주가가 갑자기 출렁일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멈추는 '사이드카'는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만 33차례 발동됐다.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60번 울렸던 비상벨이 올해는 반년여 만에 34번 울린 셈이다. 매수 사이드카가 17번, 매도 사이드카가 17번이었다.

지수가 8% 이상 급락할 때 전체 주식 거래를 20분간 멈추는 더 강한 장치인 '서킷브레이커'도 올해 6차례 작동했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발동된 횟수가 모두 6번이었는데, 올해 반년 만에 같은 횟수를 채웠다. '비상 상황'에 한 번씩 울려야 할 경보가 증시의 배경음처럼 된 것이다.

최근 급락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반도체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불안에 중동 정세와 미국 반도체주 약세, 외국인 매도,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 한꺼번에 터졌다. 여기에 지난 5월 27일 등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이미 흔들리던 시장의 출렁임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구조는 간단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약 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5% 떨어지면 손실도 약 10%로 커진다. 국내 주식의 하루 가격 제한 폭이 30%여서 이론상 하루에 투자금의 60%를 잃을 수도 있다.

상승장에서는 '두 배 수익'만 눈에 들어오기 마련.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자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시장이 돌아서자 '두 배'의 반대편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형 레버리지 ETF 14종이 모두 최초 상장 가격인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상품들은 이틀 연속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본주 하락도 아픈데, 레버리지 투자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것이다.

■ 크게 잃었으니 더 크게 벌어야…레버리지 딜레마

방송 캡처
방송 캡처

그런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달 들어 개인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한 상품만 1조10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이 연이어 급락하는 동안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넣은 것이다.

주가가 내려갔으니 싸게 살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높은 가격에 산 상품을 더 사들여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춘 뒤, 반등할 때 빠져나오려는 '물타기'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반등에서 앞서 잃은 돈까지 한꺼번에 되찾겠다는 베팅인 셈이다.

하지만 손실이 커질수록 원금으로 돌아가는 길은 훨씬 가팔라진다. 1억원이 절반인 5000만원으로 줄었다면 원금을 되찾기 위해 5000만원을 더 벌어야 한다. 손실률은 50%지만, 남은 5000만원을 기준으로는 100% 수익을 내야 다시 1억원이 된다.

여기서 레버리지의 덫이 시작된다.

손실을 봤다면 위험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평범한 수익률로는 본전을 찾는 데 너무 오래 걸릴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크게 번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그 맛을 잊기 어렵다. 크게 잃은 투자자 역시 작은 반등으로는 손실을 메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레버리지에서 입은 상처를 또 다른 레버리지로 막으려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손실이 예상보다 커지는 함정도 있다.

1억원을 넣은 주식이 첫날 10% 오른 뒤 이튿날 10% 떨어지면 9900만원이 남는다. 같은 움직임을 두 배로 따라가는 상품은 첫날 1억2000만원으로 불어났다가 다음 날 20%가 빠져 9600만원으로 줄어든다. 원래 주식은 100만원을 잃는 데 그쳤지만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은 400만원으로 커진다. 기초주식이 출발점 가까이 돌아와도 레버리지 투자금은 더 빠르게 깎이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가가 오르내리는 장에서 오래 보유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그렇다고 문제가 드러났다는 이유로 상품을 곧바로 없애기도 어렵다.

현행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상품을 강제로 정리하면 이미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이 한꺼번에 확정될 수 있다. 정책 도입 한 달여 만에 상품을 폐지하는 것도 당국에는 부담이다.

개인은 본전 때문에 빠져나오기 어렵고, 당국은 투자자 피해 때문에 쉽게 문을 닫지 못하는 '레버리지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 "이재명 감독·김용범 주연"…정치권도 '카지노 공방'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롤러코스터 장세는 곧바로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최근 증시를 "카지노 영화의 한 장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비극을 만든 주연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감독은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블랙 튜스데이에 이어 블랙 웬즈데이, 이러다가 블랙 에브리데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언론이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댄 점을 거론하며 "우리 증시를 도박판으로 만든 주범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고 주장했다. 상품 도입 과정도 감사가 아닌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주가지수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비정상적인 변동성이라며, 사이드카라는 말이 증시에서 "밥 먹듯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코인판을 넘어 카지노판이 됐다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증시 급락의 모든 책임을 레버리지 상품에 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과 중동 정세, 미국 기술주 약세, 외국인 매도 등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불을 처음 붙인 성냥이라기보다, 이미 달아오른 시장의 불길을 더 키운 요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정 종목 쏠림은 실제 거래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 두 종목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거래대금을 합치면 국내 증시 거래대금과 비교해 80%를 웃도는 규모였다. 산출 기준상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시장의 관심과 돈이 두 종목에 얼마나 집중됐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행도 두 종목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쏠림을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외 고위험 상품으로 향하던 국내 투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에 또 다른 '두 배 베팅판'을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어서 타"에서 "환불해 주세요"까지…밈이 된 공포

증시 상승장일 때 돌았던 밈. /온라인 커뮤니티
증시 상승장일 때 돌았던 밈. /온라인 커뮤니티

시장의 온도가 얼마나 빠르게 뒤집혔는지는 온라인 밈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솟던 상승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투자자들을 태우러 온 '구조대'로 등장했다.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배경에서 두 회장이 스포츠카 문을 열고 "설명할 시간이 없다. 어서 타라"고 손을 내미는 이미지가 온라인에 퍼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20만원과 100만원을 돌파하자 두 총수의 얼굴을 넣은 가상의 '20만원권', '100만원권' 지폐도 등장했다.

상승장에서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포모' 심리를 유머로 풀어낸 것이다. "지금이라도 타도 되느냐", "형, 바로 타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주가가 꺾이자 같은 밈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두 회장이 차를 타고 떠나며 "다시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거나,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내려"라고 외치는 이미지가 확산했다. 올라타라고 손을 내밀던 총수가 하락장에서는 투자자를 두고 떠나거나 탈출시키는 인물로 바뀐 것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최 회장을 향한 '환불 요구'까지 나왔다.

지난 8일 한 SNS 이용자는 "하이닉스 주식 아직 안 뜯은 새 건데 환불 가능하냐"며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 환불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애 아빠가 화났다'는 문구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서 진상 학부모가 교사에게 항의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게시물에는 "산 지 일주일밖에 안 됐으니 환불해 달라", "빨간색을 주문했는데 왜 파란색이 왔느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상승을 뜻하는 빨간색 주식을 샀는데 손실을 뜻하는 파란색 상품이 배달됐다는 농담이다.

"어서 타라"가 "환불해 달라"로 바뀌기까지는 몇 달도 걸리지 않았다.
 

증시가 하락장일 때 돌았던 밈.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증시가 하락장일 때 돌았던 밈.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주가는 떨어져도 빚은 남는다…당국 "필요시 보완"

더 큰 문제는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돈이 모두 투자자의 여윳돈은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규모는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37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년 새 10조원이 불었다.

외상으로 산 주식의 대금을 제때 채우지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치운 금액도 지난해 말 하루 평균 71억원에서 지난달 527억원으로 7배 넘게 뛰었다.

빚이 섞이면 같은 하락률이라도 실제 손실은 훨씬 커진다.

자기 돈 1억원에 빌린 돈 1억원을 보태 모두 2억원을 투자했는데 계좌가 20% 떨어졌다면 1억6000만원이 남는다. 여기서 갚아야 할 1억원을 빼면 자기 몫은 6000만원뿐이다.

투자한 주식은 20% 떨어졌지만 자기 돈은 40%, 금액으로는 4000만원이 사라진 셈이다. 주가가 내려가도 대출 원금과 이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일반 주식을 산 경우에는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투자자의 뜻과 관계없이 주식이 팔릴 수도 있다.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도 기다릴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은행권도 돈줄을 조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일반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우리은행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규·갈아타기 접수를 중단했고, 다른 은행들도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는 조치에 나섰다.

다만 새로 빚을 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을 줄인다고 이미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추가로 돈을 구할 길마저 막히면 손실을 버틸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뒤늦은 후회가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효과보다 변동성 확대와 투자자 피해라는 부작용이 더 두드러졌다는 취지였다.

금융당국에서는 투자자가 미리 맡겨야 하는 기본예탁금을 높이고, 투자 교육을 강화하거나 비슷한 상품의 추가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신규 투자자는 2시간의 사전교육을 받고 1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교육 시간을 늘리고 진입 문턱을 더 높이는 것만으로 이미 달아오른 투자 열기를 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상품을 갑자기 없애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강제로 정리하면 이미 투자한 사람의 손실이 한꺼번에 확정될 수 있고, 그대로 두면 높은 변동성과 투기 열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10일 제도 손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뒀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보완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배 베팅으로 달아오른 시장을 또 다른 충격 없이 식힐 수 있을지, 당국이 내놓을 보완책의 수위와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TV조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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