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2곳, 왜 1곳만 문을 통과했나
금요일 저녁,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일이 벌어진다. 네이버페이로 저녁값을 내고 업비트를 열어 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다시 네이버 쇼핑에서 주말을 보낼 장을 본다.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의 서로 다른 앱이다. 그런데 이 셋이 한 몸이 된다면 어떨까. 편해질까, 아니면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걸까. 바로 그 질문이 지금 공정거래위원회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지난 7월 9일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92%를 약 1,334억 원에 사들이는 결합을 승인했다.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같은 공정위 책상 위에는 훨씬 큰 결합 하나가 8개월째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1위 간편결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결합이다.
작아서 통과한 코빗
낯선 말부터 풀어보자. 기업결합은 회사끼리 합치거나 지분을 사서 한 식구가 되는 일이고 공정위는 그 결합이 시장의 경쟁을 해치지 않는지 심사한다. 이번 2건은 모두 혼합결합이다. 같은 업종인 빵집끼리 합치거나 상위 업종인 밀가루 공장이 빵집을 사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서로 다른 동네 가게가 손잡는 경우다. 결제 회사와 코인 거래소는 애초에 같은 시장의 경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혼합결합이다.
코빗이 통과한 열쇠는 유동성이었다. 여기서 유동성이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얼마나 북적이느냐다. 붐비는 시장일수록 원하는 값에 바로 사고팔 수 있다. 문제는 손님이 많은 가게에 손님이 더 몰린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공개한 지난해 거래량 기준 점유율을 보면 그 쏠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업비트 약 69%, 빗썸 약 28%. 상위 두 곳이 97%를 가져간다.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가 나머지를 나눈다.
공정위 논리는 이렇게 정리된다. 코빗은 0.5%짜리 작은 거래소라 유동성이 부족하고 이 쏠림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크게 키우기 어렵다. 그러니 미래에셋이 인수해도 경쟁을 흔들 힘이 없다. 오히려 작은 4위 사업자가 든든한 모회사를 만나 1위에 맞설 체급을 키운다면 경쟁에 보탬이 된다. 공정위는 그렇게 봤다.
1위가 1위를 만날 때
바로 그 논리가 네이버·두나무에서는 정반대로 뒤집힌다. 규모부터 다르다. 이용자 3400만 명, 연 80조 원 규모 결제를 다루는 네이버파이낸셜에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얹히면 기업가치 20조 원대 메가 핀테크가 태어난다. 코빗은 너무 작아서 통과했지만 업비트는 업계 점유율 69%다. 여기에 네이버의 결제망과 데이터까지 더해지면 경쟁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심사관과 비판론이 걱정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우선 네이버가 쥔 쇼핑·결제 데이터에 두나무의 거래 데이터가 얹히면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는 벽이 생길 수 있다. 또 밥 먹고 코인 사고 쇼핑까지 한 앱에서 끝나면 다른 앱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어진다. 이사 가기 귀찮아 눌러앉는 것과 같은 록인(Lock-in), 즉 가두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업비트가 네이버의 막대한 접속량까지 빨아들이면 2위 이하와의 격차가 영영 굳어질 수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 등 증권사 18곳에 이 결합을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물었다. 코인 거래소 심사에 증권사의 의견을 듣는 것 자체가 결제·코인·비상장주식을 묶은 슈퍼앱의 파장이 코인 시장을 넘어 증권업의 앞마당까지 번진다고 본 신호다. 이들이 실제로 록인과 독과점 우려를 전하면서 심사의 무게는 더해졌지만 정작 이 회사들 자신이 잠재적 경쟁자인 만큼 그 목소리는 이해관계를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네이버·두나무 쪽 논리는 겹치지 않고 상호 보완한다는 데에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금융망은 있어도 코인 거래 인프라가 없고 두나무는 거래소·블록체인 역량은 있어도 일상 결제와 쇼핑 접점이 없다. 서로의 빈칸을 메우는 결합이라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 거래를 인공지능 이후의 성장축이자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본다. 규모가 크고 이례적인 거래여서 검토에 시간이 걸릴 뿐 거래의 취지나 방향이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심사와 별개로 업비트 상장 문제도 규칙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단정하지 않고 당국과 소통해 지침을 따르겠다고만 밝혔다. 규제 위험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셈이다.
원화, 그리고 통화주권
이번 결합은 국내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화주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지니어스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들였다. 시장의 약 88%가 달러 코인(USDT·USDC)이다. 이 코인들은 값을 지키려고 그만큼의 돈을 주로 미국 국채로 바꿔 쌓아둔다. 그러니 달러 코인이 퍼질수록 미국 국채 수요도, 달러의 힘도 커진다. 국내에서도 달러 코인 거래가 연간 수십조 원에 이른다. 원화 대신 달러 코인이 안방에서 통용되면 한국은행이 금리와 통화량을 다루기 어려워진다. 우리 집 살림을 남의 지갑이 좌우하는 격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서두르자는 목소리, 네이버·두나무 같은 강한 유통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제도가 늦어지는 사이 주도권을 해외에 내줄 수 있다는 골든타임 우려다.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의 결제 인프라가 워낙 촘촘해 원화 코인이 뚜렷한 이점을 주지 못하면 보조 수단에 그칠 수 있다. 수십조 원 유출이라는 숫자에도 거래소·지갑 사이 이동이나 같은 돈의 반복 거래가 섞여 있어 실제 유출 규모를 부풀린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행 쪽에서도 원화 코인이 오히려 달러 코인으로 갈아타기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왔다. 어느 쪽도 아직 정답은 아니다.
공정위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결합의 공정위 손에만 달린 게 아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스테이블코인에서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값을 특정 자산에 1대 1로 고정한 코인으로 원화에 묶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된다. 이 결합의 진짜 혜택이 여기 있다. 네이버페이가 원화 코인을 발행하고 업비트가 상장해 사고팔 수 있게 하고 네이버 쇼핑에서 결제까지 되는 삼각 편대가 완성되는 그림이다.
그런데 진짜 걸림돌은 코인을 만든 다음에 온다. 그 코인을 자기 거래소에 올리는 단계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가 자기나 특수관계인인 계열사 등이 발행한 코인을 사고팔지 못하게 막는다. 자기가 만든 물건을 자기 가게에서는 못 파는 규칙인 셈이다. 두나무가 네이버 식구가 되면 네이버가 낀 컨소시엄이 만든 코인이 이 규칙에 걸려 업비트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 결제용 코인은 예외로 열어뒀지만 그 문이 좁아 스테이블코인이 여기 해당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발행을 다룰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여태 국회에 묶여 있다. 핵심 시너지가 규제의 회색지대에 놓인 셈이다.
8월 20일이라는 시한폭탄
이 지점에서 코빗과 네이버의 갈림길이 하나 더 드러난다. 미래에셋은 인수를 맡을 회사로 금융사가 아니라 호텔·부동산이 주력인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웠다. 금산분리, 곧 금융과 산업을 섞지 못하게 막는 칸막이를 피하려는 설계였다. 반면 네이버는 이 우회로를 쓰기 어렵다. 인수 주체인 네이버파이낸셜 자체가 금융 인가를 받은 회사여서 미래에셋컨설팅이 대체로 비껴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정면으로 받는다. 이 대목 또한 공정위 소관은 아니다. 대주주 자격은 금융위원회가 본다.
대주주 적격성이란 거래소의 주인이 될 자격을 보는 심사다. 오는 8월 20일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그 대상을 대표·임원에서 대주주로 넓히고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등을 어겨 벌금형 이상을 받았으면 5년간 자격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애매한 지점이 드러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부동산 매물 정보 업체에 갑질을 한 혐의로 벌금 2억 원을 선고받았는데 이 형사 벌금형이 결격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부과된 공정위 과징금은 성격이 다른 행정처분이고 아직 소송 중이다. 둘을 동일선에서 보면 안 되고 이런 이력이 곧 결합이 위법이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심사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전력일 뿐이다. 당초 이 시한을 피하려던 일정은 5월에서 8월, 다시 12월로 미뤄졌다. 스스로 그은 마감선을 넘긴 셈이라 규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도 읽히기도 한다.
직원 실수도 5년 족쇄라는 반론
여기서 기업과 업계의 반론도 무게가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가상자산 사업이나 자금세탁과 아무 상관이 없어도 일률적으로 5년간 자격을 막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은행법·자본시장법에는 임직원의 사소한 위반이나 회사가 함께 처벌받는 경우에 예외를 두는데 특금법 시행령에는 그 예외가 빠져 오히려 기존 금융권보다 엄격하다. "직원의 실수까지 5년 족쇄가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법체계가 비슷한 독일은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 보지 않고 위반이 얼마나 무거운지, 실제로 위험한지를 함께 따진다. 규제가 딜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정작 잣대엔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의 관문은 지분 한도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기본 20%, 승인을 받아도 최대 34%로 묶는 방안을 검토한다. 통과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두려던 그림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한다. 이 역시 국회 몫이라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해도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결국 우리 지갑
소비자에게 돌아올 몫도 명암이 뚜렷하다. 좋게 보면 밥값·쇼핑·투자·송금이 한 앱에서 끝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수료 낮은 결제와 해외 송금이 열린다. 나쁘게 보면 선택지가 줄고 한 곳에 묶여 수수료나 서비스가 나빠져도 떠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정위의 고민이 길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결합이 머뭇거리는 걸 공정위 탓으로만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대주주 적격성은 금융위가, 지분 한도는 국회가 쥐고 있어 공정위가 승인해도 그 문들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스마트폰 속 세 앱을 하나로 합치는 일에는 편리함 너머의 것들이 함께 걸려 있다. 내가 낸 밥값이 어느 회사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지, 내 지갑 속 돈이 원화로 남을지가 거기 있다. 공정위 책상 위에, 또 그 옆 여러 책상 위에 놓인 서류의 무게가 그만큼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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