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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조Q&A] '2000억 수혈' 홈플러스 살아날까?…7조에 사서 4조 빼간 MBK 역할은?

  • 등록: 2026.07.16 오전 11:00

  • 수정: 2026.07.16 오전 11:06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홈플러스, 왜 갑자기 문을 닫았나?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매장이 일제히 영업을 중단했다. 상품을 사들일 운영자금 자체가 말라버려 매대를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긴급 운영자금(DIP) 2000억원 조달 방식을 놓고 석 달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사이, 회사는 서서히 말라갔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문제로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홈플러스 매장인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에서 매장 입구가 쇼핑카트로 폐쇄되어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문제로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홈플러스 매장인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에서 매장 입구가 쇼핑카트로 폐쇄되어 있다. /연합뉴스

■ 애초에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이야기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유통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었는데,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으로 조달하는 이른바 차입매수(LBO) 방식이었다.

차입매수는 인수자가 자기 돈을 적게 들이고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이나 미래 수익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대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빌린 건 MBK였지만 갚는 부담은 고스란히 홈플러스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빚 갚느라 허덕인 홈플러스?

MBK는 인수 직후부터 전국의 알짜 점포와 물류센터를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자산 매각 등으로 확보한 현금은 4조1000억원을 넘었지만, 재투자에 쓰인 금액은 8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이자로만 지급한 현금은 2조1452억원, 여기에 리스부채 원금 상환액 1조4914억원까지 더하면 이 기간 3조6000억원 넘는 돈이 빚 갚는 데 들어갔다.

한때 146개까지 늘었던 점포는 지난달 말 기준 67개로 줄었다.

■ 사모펀드 인수, 원래 이런가?

보통은 다르다. 통상적인 차입매수(LBO)는 인수한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몇 년 뒤 더 비싼 값에 되파는 게 목표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매출은 2016년 7조9334억원에서 2023년 6조9315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정상적인 매각 전략이라면 이런 실적 악화는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깎아먹는 결과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제 나타난 패턴은 리테일 사업 성장보다는 부동산 현금화에 가까웠다.

점포와 물류센터를 팔고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을 반복해 4조원 넘는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재투자는 8000억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에게는 매년 배당도 지급됐다.

유통업 자체보다 홈플러스가 깔고 앉은 부동산 자산이 더 매력적인 대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조와 정치권은 MBK가 처음부터 단기 수익 회수를 목적으로 홈플러스를 운용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MBK 측은 매년 재투자를 이어왔고 실적 악화는 코로나19와 이커머스 확산 등 업황 변화 탓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법적으로는 이런 LBO 구조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1000억 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김병주 MBK 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도 지난 1월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 그럼 왜 팔리지도 않았나?

회사가 말라가는 사이 새 주인을 찾는 시도도 있었지만 매번 무산됐다. 여기엔 노조의 강경 대응도 한몫했다는 시각이 있다.

홈플러스가 과거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추진할 당시, 민주노총 계열 마트노조는 이를 "사실상 청산"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 간 갈등도 표면화됐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기업들은 이런 강경한 노조 대응을 지켜보며 인수 이후 불가피한 구조조정 국면에서 겪게 될 마찰을 우려했고, 이것이 매각 성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결국 무슨 결정이 나왔나?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사실상 파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다.

다만 법원은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 이전에 2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조달해 항고하면 결정을 다시 검토할 여지를 남겨뒀다.

문제는 그 2000억원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낼 것이냐였다.

메리츠는 DIP 1000억원 이상은 지원이 어렵고 그마저 MBK 보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반면,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을 조달하면서도 이중 1000억원에 대해서만 자신들이 보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MBK파트너스-메리츠 경영진 간담회'. 이 자리에는 김광일 MBK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MBK파트너스-메리츠 경영진 간담회'. 이 자리에는 김광일 MBK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 그 교착 상태, 풀렸나?

지난 15일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실행하고,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이 대출금 전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는 방식이다.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메리츠가 2000억원을 빌려주고 이에 대해 MBK와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그럼 이제 다 끝났나?

아니다. 16일 메리츠 금융3사(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 이사회의 승인이 남아 있다.

이사회에서 지원안이 통과돼야 실제 자금 집행이 가능하고, 그래야 홈플러스가 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항고가 받아들여지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자금 조달이 최종 무산될 경우 홈플러스가 직접 파산을 신청하는 '견련파산'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왔던 상황이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홈플러스 실업대란의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홈플러스 실업대란의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동자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작지 않다. 직원 1만2000여명과 간접 고용 인력 1000여명, 협력사·용역사 4600여곳이 이번 사태의 충격권에 있다.

아직 정산되지 않은 협력사 납품 대금과 임직원 임금 등 공익채권 규모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자들은 불안이 크다.

이종성 홈플러스 일반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이 지금 생계 대책이 마련돼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20일에는 문을 열 수 있을지, 문을 열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남은 직원 상당수는 10년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50대다.

당장 새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쌓여 있는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정리되더라도 질서 있게 정리되기를 원한다"며 "예측이 가능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사의 존속 여부와 별개로, 최소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아야 대비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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