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챗] 李대통령 언급한 낙태약 '미프진' 뭐길래…도입 놓고 공방 왜?
등록: 2026.07.18 오전 00:01
수정: 2026.07.18 오전 00:11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 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 정식 허가 제품이 없다 보니 해외 직구 등을 통한 암시장이 형성되고, 약값이 50만 원까지 치솟자 이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국민을 위험한 생체 실험장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프진은 현재 100여 국에서 쓰이고 있다.
국내엔 왜 아직까지 도입이 안됐을까. 의료계는 왜 반발하고 있나. 그 배경을 짚어봤다.
■ 기자가 직접 구해보니…SNS서 거리낌없이 유통
"임신 7주 전 35만 원, 임신 7-12주 55만 원입니다"
실제로 기자가 검색해 보니 온라인상에선 텔레그램 계정 등을 통해 미프진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일부 업체는 최근 구매 후기들을 게시하며 '정품'임을 홍보하기까지 했다.
텔레그램 계정으로 직접 연락을 해보니 곧바로 답장이 왔다. 시세는 임신 7주 이내인 경우 35만 원, 7주 이후엔 55만 원으로 형성돼 있었다.
복용 방법을 물으니 "약은 하루에 한 번, 2일동안 복용하면 된다. 마지막 약 복용 2~8시간 이내로 생리할 때처럼 하혈하면서 유산하게 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SNS 상에선 개인 간 거래도 활성화돼 있었다.
사이트 정품 구매내역도 인증이 가능하다는 양도 판매글에는 "연락 바랍니다", "구매 가능할까요" 등 댓글이 달렸고, 임신 주차와 산모의 나이, 체질까지 적은 미프진 사용 후기 일지 등 실사용 사례들도 번번이 공유되고 있었다.
미프진의 주성분은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으로,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 작용을 차단하는 항프로게스테론 약물이다.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막아 자궁내막 형성과 유지가 어려워지게 하고, 임신 유지에 관여하는 호르몬 관련 과정에도 영향을 줘 유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미프진이란 제품명으로 판매 중인데, 국내에선 '미프지미소'라는 명칭으로 현대약품이 지난 2021년 영국 제약사와 판권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의약품 허가 시 검토돼야 하는 허가 요건 자료 중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돼야 작성 및 심사가 가능해지는 일부 자료가 있어 허가 심사 절차가 잠정 중지된 바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가 불법은 아니게 됐지만 임신중지 허용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하는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 공백 상태가 6년째 계속되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암시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2021∼2026년 5월)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했다.
특히 SNS를 통한 임신중지의약품 불법 유통 적발 건수는 2024년 116건에서 지난해 313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 의료계 "국민 생체 실험장 내모는 것…가교 임상 선제 돼야"
미프진 자체가 잘못된 약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미프진은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했고, 2005년엔 세계보건기구(WHO)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미프진은 FDA에서도 의사의 엄격한 진찰과 초음파 검사를 통한 자궁 외 임신 배제, 정확한 임신 주수(7~9주 이내) 확진을 전제로 처방하도록 엄격히 제한한 고위험 전문의약품인 만큼 무턱대고 국내 도입을 추진할 수는 없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가교 임상'이 선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가교 임상'은 외국 의약품이 한국에서도 부작용 없이 쓰일 수 있는지 인종 간 효능성을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김 회장은 한국 여성은 CYP2C9·CYP3A4 유전자 다형성, 낮은 평균 체질량지수(BMI 22.1), 20% 이상의 철결핍성 빈혈 유병률로 인해 서구 임상 자료를 직접 이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프진 도입은 "응급 상황 대응 능력을 갖춘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의 원내 직접 투약을 원칙으로 하는 의약분업 예외 지정, 표준 임상 진료 지침의 제정 및 처방권 제한, 원내 관찰·투약 수가 신설, 형법 및 모자보건법 대체입법 완료 전 사전 허용 논의의 즉각적 철회의 4대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 240명 규모의 다기관 전향적가교임상시험 실시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차원에서도 성명을 내고 "철저한 준비 없이 약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경우, 다량 출혈과 감염증은 물론 불완전 유산에 따른 응급 수술이 불가피해진다"며 "이는 최악의 경우 자궁 적출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져 임신부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허용은 국민을 위험한 생체 실험장으로 내모는 격"이라며 "이는 정부의 책임을 의료계에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과 장지영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교수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 시민단체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도 "정부가 '해외 직구 사고 방지'라는 기만적인 핑계를 대고 있지만, 부작용이 심각한 고위험성 의약품을 검증과 안전 규정도 없이 풀겠다는 것은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미프진 국내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통령 지시 환영…그동안 국가가 여성 건강권 외면"
반면 대통령의 지시에 일부 여성단체는 환영 입장을 냈다.
암시장을 통한 거래들은 약물 제조사와 유통 경로를 정식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정품이라고 하더라도 의사의 진단과 관리 없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도권 내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신속하게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고 성·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며 "'법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던 장기간의 소극적인 행정을 대통령이 직접 비판하며 지금이라도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여성연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책임을 방기했다"며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을 성분과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해외 직구나 온라인 거래 등 비공식적인 경로에 의존하도록 내몰았고,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여성 건강권을 외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식약처와 복지부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하루빨리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李대통령 "법 개정 전에라도 낙태약 투약하게 해야…방치는 무책임"
이재명 대통령은 법 개정 전 우선 도입부터 하자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과 관련해 "정부에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지금 정부가 두는 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며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라도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형식 논리 때문인데 사실 '몇주 이내'로 할거냐 이거 하다가 임기 끝날 것 같다. 이렇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안으로 "주 이런 것까지도 의사가 재량으로 판단하게 허용한다든지"라며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 회의를 지시했는데, 한성숙 국무총리는 대통령 지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모두 소집한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식약처는 현재 허가를 대기 중인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와 관련해 "관련 법률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및 임신 중지 허용 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허가 심사가 가능한 일부 허가요건자료(효능효과, 위해성 관리계획 등)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 지시도 있었던 만큼 "성평등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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