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력이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끼리끼리 권력을 휘두른 일은 우리 역사에서 낯설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아전'이 대표적입니다. 정약용은 아전을 '이리떼(狼群)'에 비유했습니다.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골수를 짜낸다고 했죠. 대원군은 전주 아전의 횡포를 국가 3대 폐단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아전들이 이처럼 강력했던 건 짧은 임기의 수령들이 지역 사정에 어두웠기 때문입니다. 자기들만의 세상을 누구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수사 비위를 보면, 조선이 떠오릅니다.
"강력팀장 및 팀원들과 장윤기 부친 간에 12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고, 수사상 비밀을 전달받았지만…."
구속된 이 사건 수사팀장 박 모 경감은 30여 년 대부분을 전남광주 지역에서 근무했습니다. 장윤기의 아버지 장 모 경감은 광주 광산서에서만 18년입니다. 입건된 수사 팀원은 장 경감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수사 상황을 알려줬습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지연, 학연, 혈연, 직장연으로 얽힌 전형적인 '향찰(鄕察)'의 문제였습니다.
광주만 그런 것도 아닐 겁니다. 총경 아래 경찰관들은 광역 시도 사이 순환근무가 드뭅니다. 최근 10년 새 다른 시·도 경찰청으로 이동한 비율은 경감은 6.5%, 경위는 3.2%에 불과합니다.
한 지역에서 수십 년 함께 근무하고 선배-후배 하다 보면, 법보다 정이 앞서고, 수사보다 의리가 앞설 위험이 커집니다. 게다가 이런 부실을 보완할 검찰의 힘마저 사라지면, 향찰의 수사 전횡과 비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요?
미국의 사회학자 탈코트 파슨스는 "전통사회가 혈연과 집단에 충성(particularism)했다면, 현대사회는 능력과 보편적 규칙을 중시(universalism)"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경찰 순환인사제 전면 도입 등을 발표했습니다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은 다른 기관의 견제와 감시를 꼭 받아야 합니다. 권력에 대한 상호 감시와 견제, 각 권력간 균형을 잡아야 현대사회가 완성됩니다.
7월 16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망국병, 끼리끼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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