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Q&A] 14세 미만 SNS 막겠다는 정부…'자유 제한' 맞나? 실효성은?
등록: 2026.07.20 오전 11:06
수정: 2026.07.20 오전 11:12
지난 5일, 검은색 오토바이 한 대가 중앙선을 넘나들며 폭주하다 도로 위에서 그대로 넘어지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영상 게시자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인 운전자는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질주하다 도로 위를 나뒹굴었다.
이 장면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확산되며 영상 조회수 110만 회를 넘겼다.
앞서 지난달 초 전북 군산의 한 무인 PC방에서도 여중생 2명이 청소용 세제와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린 영상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이들은 범행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PC방 업주는 "컴퓨터가 10대 넘게 훼손돼 피해액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자극적인 영상들이 SNS와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모방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규제 논의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 왜 지금 'SNS 금지'?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수치다. 과기정통부 조사에서 2025년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4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청소년 2명 중 1명(47.7%)은 SNS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기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SNS와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며 모방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도 겹쳤다.
정부가 가입 제한과 함께 추천 알고리즘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무한 스크롤'부터 손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막되 부모 동의가 있으면 예외를 둔다.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이용자 연령을 더 엄격히 확인하고 인증할 책임도 부과된다.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은 14세 미만 가입 제한보다 '무한 스크롤' 차단 쪽이다.
아무리 넘겨도 끝없이 콘텐츠가 나오는 무한 스크롤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이 1분 내외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핵심 방식인데, 방미통위는 이 기능을 19세 미만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자의 시청시간과 반응 데이터를 토대로 유사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는 '추천 알고리즘' 제외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앞서 브라질 정부가 지난 3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무한 스크롤 등 유해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전례가 있다.
업계에서는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것보다 이런 기능 차단이 플랫폼 운영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만큼 훨씬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호주는 '벌금 폭탄'?
신호탄은 호주였다. 지난해 12월 10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했고, 시행 한 달 만에 플랫폼들이 약 470만 개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다만 후속 지표는 정부 기대에 못 미쳤다. 뉴캐슬대 연구팀이 12~16세 408명을 추적해 지난달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시행 3개월 후에도 12~15세의 85% 이상이 여전히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 3분의 2는 나이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대부분 나이를 직접 입력하거나 셀카를 올리는 수준에 그쳐 걸러지지 않았고 가짜계정 사용은 12~13세 15%, 14~15세 19%에 불과했다.
호주 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난달 29일 위반 시 최대 과징금을 기존 4950만 호주달러(약 350억원)에서 9900만 호주달러(약 680억원)로 두 배 올리는 법안을 이번 주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 EU도 가세한다?
유럽에서는 개별 국가 차원의 규제를 넘어 EU 전체 차원의 입법이 예고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아동의 SNS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올여름 이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U가 꾸린 전문가 패널은 3세 미만 영유아의 디지털기기 사용 전면 금지, 3~12세는 보호자 감독 하 이용, 13~18세는 안전 기능을 갖춘 플랫폼에 한해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권고했다.
배경에는 유럽 아동의 하루 평균 SNS 이용시간이 4~6시간에 달하고, 조사 대상의 60%가 사회·정서 발달 저해나 정신건강 취약성을 겪었다는 패널 보고서 결과가 있다.
이미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덴마크 등 여러 EU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미성년자 SNS 이용 제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 "자유 제한한다"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의 자의적 판단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방미통위 측은 규제 대상이 '이용 자체'가 아니라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게임 셧다운제 같은 획일적 금지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14세 미만 가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막는 부분은 이용 제한의 성격이 뚜렷해 자유권 침해 논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내 청소년·교육단체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교육공동체 나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등은 지난해 8월 공동성명을 내고 청소년 SNS 규제 법안을 'SNS 셧다운제'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도 호주의 규제를 두고 "비효율적인 임시방편"이라며 전면 금지보다 데이터 보호와 플랫폼 설계 개선, 디지털 교육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EU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핵심은 아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언제, 어떻게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며 규제의 초점이 '접근 차단'이 아닌 '설계 규제'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국회 상황은?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세 미만 아동의 SNS 가입 신청을 사업자가 거부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고, 같은 당 이연희 의원은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맞춤형 자동추천 알고리즘 적용을 금지하고 가입 시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청소년 알고리즘 제한법'을 발의했다.
조인철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위험성을 정기적으로 평가·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조국혁신당 황운하·정춘생 의원은 각각 이용 유도기능 제한과 AI 서비스의 청소년 보호 기술조치 의무화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 실효성은 있을까?
호주 사례가 보여주듯 가입 제한만으로는 우회 이용을 막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난제다.
2011년 도입됐다가 2022년 폐지된 국내 게임 셧다운제도 부모 명의 우회와 모바일 게임으로의 이동 앞에서 실효성을 잃은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가입 제한보다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 설계 자체에 책임을 묻고, 나이 인증 절차를 첫 단계부터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한편 청소년·보호자·교육당국·산업계가 함께 기준을 만드는 공동 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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