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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나토 3.0, 'K-방산 편의점'의 종말?

  • 등록: 2026.07.20 오후 13:52

  • 수정: 2026.07.20 오후 15:02

▲영상설명: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면담하는 이재명 대통령

최근에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소 개운치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였습니다. 정부로선 나름의 성과를 자랑할 시간이었는데, 해당 관계자는 ‘방산 편의점의 종말’이란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 과격한 걱정에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연간 100억 달러 수출 토대를 만든 한국 방산은 어떤 위기를 직면한 것일까요?

한국 방산은 지난 몇 년간 유럽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습니다. K-방산이란 단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급격한 군비 확충에 나섰고, 한국은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품질을 앞세워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방산 편의점’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유도 [온 타임, 온 버젯 (On time, on budget)]이란 강점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 의식은 [나토 3.0]에서 출발합니다. 나토 3.0은 미국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지난 2월 콜비 차관은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일방적 의존이 아닌 동반자 관계에 기반한 '나토 3.0' 체제가 필요하다"며 유럽 국가들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력에 의한 방위를 늘려가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토 역시 콜비 차관의 관점을 수용해 나토 3.0이란 시대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B9 정상회의에서 "NATO 3.0은 더 강한 NATO 안에서 더 강한 유럽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유럽의 재래식 방위를 유럽 동맹국들이 더 큰 책임을 지기를 기대하며, 이는 미국의 힘이 뒷받침되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8일 기념사진 촬영하는 나토 정상들 /출처: NATO
지난 8일 기념사진 촬영하는 나토 정상들 /출처: NATO


뤼터 총장의 발언은 나토 정상들의 공동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7일~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앙카라 정상회의 선언'이 채택됐는데, 정상들은 "우리는 500억달러(약 75조4천억원) 이상의 신규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공동 생산능력 확대와 산업계 협력을 통한 혁신 가속화를 약속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동 생산과 공동 조달. 나토는 유럽 시장 안에서 무기를 만들겠단 뜻을 명확히 했습니다.

나토는 왜 공동 생산·공동 조달 방향성을 설계한 것일까요? 기존의 [분열 체제]가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3월 EU 방산시장 구조를 분석하면서 '27개 회원국이 서로 다른 조달체계와 규제를 운용해 범유럽 조달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고, 그 결과 유럽의 무기 수입 의존과 미국산 의존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방산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유럽은 스스로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무너진 공급망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공동조달과 공동생산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방위 분담 강화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각자 무기를 구매하는 체제를 넘어,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산업적 연계]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겁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 한국 방산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시적 흐름일 뿐 K-방산 경쟁력이 흐릿해지거나, 퇴화하진 않을 것이란 반론입니다.
 

지난 7일 NATO 방산포럼 제4세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출처: 청와대
지난 7일 NATO 방산포럼 제4세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출처: 청와대


한 정부 관계자는 “나토 국가 내에서 생산 차질이나 납기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또 다른 방산 업체 관계자도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납기 경쟁력을 삽시간에 따라 잡기 힘들어 SOS를 청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프랑스·독일·스페인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미래전투항공체계(FCAS)'를 추진했지만 업무 분담 미합의 등으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14대 한국국방연구원장을 지낸 김윤태 전 원장은 “나토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니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주 호조건은 아닌 게 되는 거지만 이미 예견됐던 것이고 우리의 공간은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제44대 국방부차관을 역임한 신범철 전 차관 역시 “나토 내 공동 조달을 우회할 수 있는 방식은 존재한다"면서 "기업은 현지화 및 공동 생산, 합작회사 등의 돌파구를 강구해야 하고 정부는 나토와 전략적 이해관계가 같다는 인식을 강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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