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챗] "언젠가 불날 줄 알았다"…쿠팡 5년 만에 또 화재 '메자닌 구조' 뭐기에
등록: 2026.07.20 오후 15:13
수정: 2026.07.20 오후 15:53
지난 18일 시작된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56시간이 지난 아직까지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물류센터 화재에 제대로 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센터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분류·배송하는 첨단 물류시설로 진화했지만, 방재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이번 화재의 발생 원인과 확산 계기 등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했는데…사흘째 잡히지 않는 불길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9시15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2시25분 소방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오후 3시15분 국가소방동원령 1호가 발령됐다. 건물 내부에 쌓인 생활용품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로 인해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2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외벽을 따라 7층으로 불길이 확산됐다. 소방 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6층과 7층에 연소 저지선을 만들어 불길의 추가 확산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외부에서 불길을 잡아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후 6시,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던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2호 수준으로 확대 발령했다. 고가·굴절차와 헬기를 포함한 장비 228대와 소방관 등 800여 명을 투입했지만 불길은 다시 8층으로 확산했다. 이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방 당국은 전날부터 물류센터 내부의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동시에 소화용수를 뿌릴 공간을 만들기 위해 '파괴 작업'을 진행했다. 화물차들이 출입하는 공간인 램프구역과 물류센터 6층 건물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시작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밖에서 고가 사다리차, 굴절차를 이용한 방수작업과 램프구역에서 부셔진 벽 안쪽으로 물을 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붕괴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보고 계속 진압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오늘 중 초기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인명피해 다행히 없어…물류센터 붕괴 가능성에 인근 대피령
이번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는 다행히 없다. 121명이 당일 근무하고 있었으나, 모두 자력으로 대피했다. 진압에 투입된 현장 소방관 2명이 연기 흡입과 탈진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화재가 48시간을 넘기면서 물류센터 일부 구조물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서해구는 19일 밤 11시를 기해 물류센터 램프구역(화물차 진출입로) 반경 116m를 대상으로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서해구는 주민들에게 보낸 안전안내문자에서 "일부 건물 붕괴 위험으로 상가와 사무실 등 반경 116m 주민들은 즉시 대피해달라"고 알렸다. 소방 당국에는 해당하지 않아 진화 작업은 계속된다.
대피령 발령에 앞서 열린 서해구의 상황판단회의에서 쿠팡 측은 "화재가 지속하면 물류센터 건물 일부가 옆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동한 건물과 램프구역 구조물이 충돌하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해구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대피령을 내렸다.
서해구는 연기 피해가 확산하자 20일 하루 인근 어린이집 31곳에 휴원을 권고했다. 화재 현장 인근 초등학교는 이날 하루 휴교를 결정했다.
■ 왜 이리 진화가 힘들까?…"메자닌 구조가 화를 키웠다"
진화 작업에 난항을 겪는 건 내부 구조 때문이다. '메자닌(mezzanine·층과 층 사이에 있는 공간)' 구조가 내부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메자닌' 구조는 한 개 층에 적층식 랙(rack)을 활용해 일종의 중간층을 만들어 복층구조로 쓰는 방식이다. 소방관이 진입을 했을 경우 구조를 쉽게 알기도 어렵지만 진화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화재가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의 6층은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불법인데도 쿠팡은 비용절감을 위해 이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29만9천㎡, 축구장 40여 개를 합친 수준의 초대형 시설이다. 생활용품과 종이상자, 비닐 포장재 등 가연성 물품이 높은 선반에 빽빽하게 적재돼 있어 불길이 내부 깊숙이 번졌다. 또 물이 닿기 어려운 곳에 남은 불씨가 계속 살아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방화벽·스프링클러 제역할 못했나
방화벽과 스프링클러 등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화재 현장인 6층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불이 나면 자동으로 내려오는 방화벽(방화셔터)이 구역마다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방화벽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는 물건을 적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6층에서 일을 해 온 근무자들은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불이 이렇게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지만 스프링클러도 제 역할을 해냈는지는 의문이다. 근무자들에 따르면 메자닌 구조인 6층은 내부 복층에 층마다 상품을 진열해두고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천장에서 나오는 소화용수가 진열된 박스에 가로막히면서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 당시에도 3단 랙 구조에 생활용품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누전 때문에 업무 시작 늦춰지기도"
진화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6층에서 주로 일한 한 근무자는 "평소에도 전선이 타는 듯한 냄새가 자주 났던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도 누전 사고로 업무 시작이 늦춰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근무자들 사이에서도 언젠가 불이 날 것 같다고 우려하던 곳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번은 관리자에게 타는 냄새가 난다고 얘기했더니 관리자도 동의하면서 알아본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물류센터 측은 시설팀과 안전팀 등을 동원해 정기점검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물론 이는 추측에 불과할 뿐 정확한 화재감식에 따른 것은 아니다.
■ 5년 전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닮은 꼴
이번 화재는 5년 전인 2021년 6월, 소방관 1명이 순직했던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을 연상시킨다. 덕평 화재는 방재실 직원들이 경보를 오작동으로 오인해 초기 진압 골든타임을 놓치긴 했다. 하지만 내부가 메자닌 구조라는 점, 물류센터의 특성상 내부 진입이 쉽지 않은 점 등 때문에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특수감지기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도 대형 화재를 막지 못했다.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또다시 반복된 물류센터 화재 사고에 덕평물류센터 화재 참사의 반성이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원인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류센터는 단순 보관시설을 넘어 대규모 상품을 실시간으로 분류·배송하는 첨단 물류시설이 됐다. 정부는 이같은 물류창고 화재 특성을 반영해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NFTC 609)을 마련하고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방수량이 더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랙식 창고는 랙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2020년 건축허가를 받은 쿠팡 인천물류센터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2024년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창고시설은 일반 건축물과 비슷한 수준의 스프링클러 기준을 적용받았다"고 했다. 당시에는 분당 80ℓ 수준의 방수량을 기준으로 했지만, 현재는 분당 160ℓ 수준의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사용해야 한다. 방수 지속시간도 20분에서 60분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가 초대형·자동화 시설로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기존 시설의 안전성을 끌어올릴 제도적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질식소화 방식을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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