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 북단 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피격 사건.
정부의 자진 월북 판단과 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형사재판, 민사소송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그동안 계속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당시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존 판단이 뒤집혔고 당시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결국 지난 6월 16일 항소심에서 법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 책임자 5명 전원에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지난 7월 25일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유가족 측은 즉각 반발하며 오는 9월 국제기구 등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장관 등을 향한 또다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해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피격 사건, 무슨 일? 월북 가능성?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는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실종됐다.
선원들은 이 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즉시 실종 사실을 보고했다.
해양경찰과 군은 수색에 착수했지만, 이후 이 씨는 우리 해역이 아닌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표류 중이던 이 씨를 발견한 뒤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을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상부 지시에 따라 이 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사망 이후 시신을 훼손한 정황도 확인됐다.
북한군이 비무장 상태의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한데다, 정부가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를 확보하고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북한은 방역 규정에 따라 조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우리 국민이 사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군과 정보기관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도박으로 인한 거액의 채무, 개인적인 경제적 어려움, 구명조끼 착용 상태, 북한군에게 자신의 신상을 밝힌 정황 등을 종합해 월북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권따라 바뀐다…서해피격 진실은? '안보라인' 서훈·박지원 등 전원 1심 무죄
유족은 당시 이대준 씨에게 월북 동기가 없었고, 배 구조상 실족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경이 고인의 채무와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해경과 국방부는 기존 발표를 재검토했고, 이후 "자진 월북으로 단정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역시 당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에 검찰은 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해양경찰 등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또는 외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월북' 발표를 유도하거나 관련 자료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2022년 말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 대상에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서훈 전 실장은 사건 당시 해경이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발표하도록 했으며, 관련 보고서 작성 과정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 역시 당시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등에 관여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국가기관이 국민과 유족을 오도했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실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하나씩 검토한 끝에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해경의 발표 내용이 객관적 사실을 단정적으로 적시한 문서라기보다 당시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한 '수사기관의 판단' 또는 '평가'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또 허위공문서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허위 사실이 명확히 입증돼야 하지만, 검찰이 이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는 점도 형사재판에서 단정적으로 인정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당시 안보라인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했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청장, 노은채 전 비서실장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원장은 선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고 “사법부는 국민의 죽음을 정적 제거에 악용한 윤석열 정치공작을 심판했다”면서 “윤석열과 그 일당의 죄는 끝까지 물어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훈·김홍희 2심서 무죄 확정 "월북 판단 의견제시"…검찰 상고 포기
검찰은 1심에서 일부 피고인들의 무죄가 선고되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두 사람이 사건 당시 '자진 월북' 발표를 주도하거나 허위 자료 작성에 관여했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다시 유죄를 주장한 것이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 역시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해경이 발표한 '자진 월북' 판단이 객관적으로 허위였는지, 그리고 이를 발표하도록 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허위공문서 작성 또는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이 남북관계를 고려해 사건의 성격을 축소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이대준 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이 확보한 첩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해 국민을 오도했고, 유족의 명예도 훼손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였다.
반면 피고인 측은 당시 확보한 군 첩보와 정보기관 자료를 종합해 내린 정책적 판단일 뿐 허위 사실을 꾸며낸 적은 없다고 맞섰다.
또한 국가안보 사안을 사후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가 사실의 단정이라기보다 당시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한 판단 또는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기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자진 월북이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월북 여부 자체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허위라고 단정할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해경 발표에 일부 성급하거나 단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것만으로 허위공문서 작성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 역시 판결 직후 법리 검토에 들어갔지만, 서울고검은 상고 인용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대법원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상고심에서 법리를 뒤집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상고를 포기했다.
이 결정으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문재인 불기소…"증거 불충분"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은폐·축소를 최종 승인한 혐의로 고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윤수정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최근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22년 12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고발한 지 약 3년 7개월 만이다.
당시 자유대한호국단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가정보원 등의 보고를 받아 서해 피격 사건을 최종 승인했다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피살 사건을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축소·은폐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서 2022년 12월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했다.
다만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최근 모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 서해 피격 정치권 진실공방…"월북 공작" vs "정치적 왜곡"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당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법원은 형사재판의 기준인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기 떄문이다.
또 재판부는 정책적 판단이나 당시 대응의 적절성 자체를 평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안이 그렇다보니 정치권 공방도 수년간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한 결과를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서해 피격 사건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요구를 둘러싸고도 여야는 강하게 충돌했다.
또 군이 사건 당시 어느 수준까지 상황을 파악했는지, 구조 가능성은 있었는지, 첩보 삭제 의혹은 있었는지 등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유족은 국회로 가서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구조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고인을 월북자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민 보호 의무와 안보 판단, 정부의 정보 공개 범위, 국가기관의 수사 발표 방식 등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남아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유가족의 절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 가장 오랜 시간 법정과 정치권을 오가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은 고(故) 이대준 씨의 유가족이었다.
2025년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친형 이래진 씨는 피해자 유족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에 직접 의견을 진술했다.
이 씨는 "재판이 시작된 지 3년이 됐다"며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잘못을 밝히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 신고 직후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구조 방송만 제대로 했더라도 동생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 안보라인과 수사라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의 살인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경이 고인의 도박 이력과 채무 관계 등을 공개한 것은 사망자의 명예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인격권까지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TV조선에 "동생은 월북자가 아니라 국가가 끝까지 지키지 못한 국민"이라며 "정부가 확보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구조도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보다 국제사회의 판단이 더 공정할 수 있다"며 조만간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해사기구(IMO)에 사건을 제소하겠다는 계획도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장관에 대한 고발 가능성도 언급하며,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을 계속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서해피격' 공무원 아들, 해경 상대 손배소 취하…5년만의 마침표
형사 재판이 모두 종료된 이후 유족 측은 또 하나의 법적 절차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고인의 아들은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해양경찰을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취하서를 제출했다.
2021년 7월 제기된 소송에서 유족은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의 채무와 도박 이력 등 사생활을 상세하게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고, 이에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해경의 발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해경이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경이 고인의 사생활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공개한 것은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당시 수사정보국장과 형사과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민사소송은 이후 약 5년 동안 진행됐다.
동시에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1심과 2심 모두 관련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약 한 달 뒤 유족은 민사소송도 취하한 것이다.
이번 소 취하로 2021년부터 이어져 온 해경 상대 민사 절차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다만 유족 측은 TV조선에 민사소송 취하가 당시 국가기관의 발표가 적절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오는 9월 국제기구 등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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