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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효력 잃었지만 부친 처벌은 못해

등록 2024.06.27 17:35

수정 2024.06.27 17:42

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효력 잃었지만 부친 처벌은 못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김기현 출석정지' 권한쟁의심판 및 '친족상도례' 형법 328조 위헌소원 심판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한 뒤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방송인 박수홍씨 가족의 횡령 사건으로 주목받은 '친족상도례'가 27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71년 만에 효력을 잃었다.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처벌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횡령을 자백한 박씨 부친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

친족상도례 규정이 주목받은 건 박씨의 친형 부부가 박씨 출연료 60억여 원을 착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박씨의 부친은 검찰 조사에서 박씨 자금을 실제로는 자신이 관리했다며 횡령의 주체도 자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형법 328조 1항에 따라 직계혈족(부모·자식) 간 횡령 범행은 처벌할 수 없다.

친족상도례 규정 때문이다.

박씨 부친이 이점을 악용해 친형을 구제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재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가족 간 착취' 문제를 지적했다.

헌재는 결정문에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박씨 사례가 '친족상도례 폐지' 주장에 불을 지폈고 헌재의 위헌성 논리에도 상당 부분 부합하지만, 이날 결정을 이유로 박씨의 부친을 처벌할 수는 없다.

형법 1조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을 따른다.

박씨의 친형 부부가 출연료를 빼돌리고 부친이 자신의 행위라고 주장한 횡령 범행의 시점에는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돼던 시기다.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돼 지금까지 일부 문구 수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친족상도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아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대가족·농경 중심 경제에서 핵가족·정보산업 중심 경제로 사회가 변하면서 가족이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인식도 희박해졌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경제활동의 양상이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고,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공유될 수 있다거나 손해의 전보 및 관계 회복이 용이하다고 보는 관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의 개정 움직임도 있었으나 실제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할 의무가 생겼다.

국회가 그때까지 대체 법안을 만들지 않으면 친족상도례는 사라진다.

법조계에서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기보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변경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직계혈족·배우자·동거가족·동거친족 외의 친족에게는 지금도 친고죄 규정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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