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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소리] '맵게 더 맵게'…매운맛 열풍, 과연 괜찮을까?

등록 2024.08.04 19:23

수정 2024.08.04 20:59

[앵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운맛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들은 더 맵게 만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먹는 순간 입은 물론이고 속까지 얼얼하게 만드는 매운 라면들, 우리 몸엔 괜찮을까요? '똑똑한 소비 리포트' 똑소리에서 알아봤습니다.

이정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매운 라면이 대형마트 식품코너를 가득 채웠습니다.

성문수 / 서울 용산구(32)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계속 당긴다고 해야하나. 일주일에 4~5번 먹는 것 같아요"

얼마나 매운지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로 보면, 시중에 판매되는 라면 중 1만 2천 SHU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라면 한 봉지에 많게는 청양고추 3개 만큼의 캡사이신이 들어간 겁니다.

이런 매운 라면에 과연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먼저 소화기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봤습니다.

검사에 참가한 사람은 30대, 40대, 50대 남성 3명.

매운 라면을 먹기 전 위 상태를 검사하고, 시중에 파는 매운 라면 2종과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수출용 매운 라면 1종을 3일 연속 먹었습니다.

이 기간 음주는 피했습니다.

나흘 뒤, 다시 위를 살펴봤습니다.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였던 30대 남성의 위는 군데군데 붉은 염증 반응이 생겼습니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40대 남성은 위 점막이 손상돼 일부 출혈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김보민 / 소화기내과 전문의
"일반화해서 말할 순 없겠지만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 위가 점막에 손상입고 상할 수밖에 없다. 질환으로 실제로 갈 수도 있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몸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자율 신경계 검사를 해봤습니다.

매운 라면을 먹은 후 검사했더니, 먹기 전보다 교감 신경 수치가 10% 가량 높아졌습니다.

교감 신경이 갑자기 크게 활성화되면, 뇌졸증이나 심장마비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승남 / 가정의학과 전문의
"혈압이 너무 높거나 뇌졸중이 있거나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이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 안 좋아지잖아요. 아주 매운맛이 혈압이 갑자기 많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 주의해야 하고요."

지난해 미국에선 14살 청소년이 '매운 과자 먹기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심정지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캡사이신 일일 허용치나 식품 속 함량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서영준/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
"사람마다 경험, 매운맛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는데, 그것이 사람마다 작용하는 정도가 다 다르거든요. 표준화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기준을 정해놓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끈한 맛의 인기를 등에 업은 맵기 경쟁, 위험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TV조선 똑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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