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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외로움 담당 장관

등록 2018.01.19 21:44

평생 외롭고 우울하게 살다 떠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그녀는 병상에서 한 마지막 인터뷰에서 죽음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합니다. 

"외로움보다는 덜 무섭지요."

정호승 시인은 외로움이 삶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외로움은 '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외로움을 구제하겠다고 나선 나라가 있습니다. 엊그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해 임명한 영국입니다. 국민의 고독 실태를 연구해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영국에선 900만명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워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한 달에 한번도 못하는 노인이 20만명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보고서도 나왔지요. 

우리 사회 외로움은 영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겁니다. 고독사라는 말은 일본에서 나왔습니다만, 이젠 우리도 일본 못지않은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지 않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을 때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겁니다. 프랑스 우체국은 집배원들이 혼자 사는 노인 집을 찾아가 말동무가 돼주고 집 수리도 해줍니다. 24시간 전화 상담도 받는 유료 서비스이긴 합니다만, 외로운 사람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외로움을 국가적 과제로 파악한 영국의 시각도 지혜롭습니다. 우리도 분자처럼 쪼개지고 끊긴 인간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할 단계가 됐습니다. 어두운 골방에 고립된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끄는 건 국가는 물론 이웃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1월 19일 앵커의 시선 '외로움 담당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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