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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공영방송 사장

등록 2018.01.23 21:49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여섯 달 뒤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정 사장이 부실 경영을 했다는 감사원 보고서가 근거였습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던 야당 측 이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여권 인사를 선임했습니다. 여권 이사가 과반이 되면서 해임 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지요. 그렇게 물러난 정연주 사장은 이듬해 뒤늦게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제, KBS 이사회가 사장 해임 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에도 사퇴를 거부하는 야권 측 이사를 밀어내기 위해 감사원이 나섰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공영방송의 사장이 물러나는 과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공익성과 공정성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선 공영방송을 집권의 전리품쯤으로 여겨 온 게 사실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려는 힘 겨루기가 벌어지는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과거에는 그 힘겨루기가 주로 외부에서 벌어졌다면 최근에는 조직 내부의 갈등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면 결국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인 재작년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정부 영향력을 크게 줄이는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다. 여야 모두 복잡한 셈법을 내려놓고 공영방송을 공영방송 답게 만드는 일에 지혜를 모으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한번 강산이 변하더라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1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공영방송 사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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