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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싱가포르의 마지막 결전

등록 2018.05.11 21:47

수정 2018.05.16 12:48

북한 김정일이 다녔던 외국은 중국과 러시아뿐이고, 그것도 열차로만 다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일성 부자는 전용기가 시범 비행을 하다 조종 미숙으로 폭발한 뒤로 북한 조종사들 실력을 믿지 못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김정일이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 간 적이 있습니다.

1965년 스물세살 때 아버지 김일성을 따라 비동맹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겁니다. 인도네시아가 3년 전 반둥회의 60주년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면서 참석 여부가 국제적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 김정은이 인도네시아와 15km 해협을 사이에 둔 싱가포르로 날아가 미북 정상회담을 갖게 됐습니다.

그동안 회담장소를 물색하면서 낡은 전용기가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는데, 싱가포르는 중간 급유 없이 직항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엊그제 중국 다롄에 가면서 비행기를 탔던 게 싱가포르의 예행연습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됐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이미 북핵 폐기에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는 뜻일 겁니다.

어제 북한 TV가 미북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내부에 알리면서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북한 김정일은 바깥세상으로 나올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저앉아 문을 닫아걸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싱가포르를 출구로 삼아, 이번에야말로 현실세계로 나설지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김정은은 북한을 진짜 세상으로 나오게 하고 싶어한다"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샹그릴라 호텔은 영국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히말라야 산속 이상향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싱가포르 핵 담판이, 상상 속 마을 샹그릴라의 평화가 한반도에 드리우는 계기가 되려면,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명한 결단이 절실합니다.

5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싱가포르의 마지막 결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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