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군산공장 폐쇄 이후

등록 2018.05.30 21:46

수정 2018.05.30 22:04

2008년 경영난에 몰린 미국 GM이 맨 먼저 위스콘신주 제인스빌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주력 생산 차종인 SUV 판매가 부진했고 생산성도 낮았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담배를 피우고 점심에 술을 마신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2만4천 가구가 사는 제인스빌에서 그날로 일자리 9천개가 사라졌습니다. 90년 된 GM 공장 덕분에 대대로 넉넉한 삶을 누려온 주민들에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제인스빌의 변화를 추적한 책을 냈습니다. 이 책에는 한 기업이 사라진 뒤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 적나라하게 담겨있습니다. 평균 임금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를 떠돌면서 '제인스빌 집시'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불면증 환자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GM 군산공장이 내일 문을 닫습니다. 1996년 대우자동차가 누비라 생산을 시작한 지 22년 만입니다. 한때 만2천명을 고용하며 군산 수출의 절반을 도맡던 군산공장은 내수 부진과 유럽 수출 중단으로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2010년대 초반 8%선이던 인건비 비중은 크게 뛰었고 회사 사정은 급속도로 기울었습니다. 그 책임은 노사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습니다. 대선후보 경선 시절 오바마가 제인스빌 공장을 방문해 연설했습니다.

"정부가 돕는다면 이 공장은 앞으로도 백년 더 여기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열 달 뒤 공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제인스빌이 고향이자 지역구인 정계 실력자 폴 라이언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정부와 군산시, 노조 역시 군산공장 폐쇄를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정치 아니라 그 어떤 힘으로도 손을 쓸 수 없는 것, 경제란 그런 겁니다.

내일로 문을 닫는 군산공장뿐 아니라 한국GM 전체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노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군산 공장이 언제 또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5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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