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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용산 건물 붕괴 이후

등록 2018.06.05 21:48

수정 2018.06.05 22:03

눈앞에 뭔가 이물질이 떠다닌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오라기나 날파리 같은 것이 시선 따라 움직이는 게 꽤나 짜증스럽다고 하지요.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비문증(飛蚊症)이라 하고 날파리증이라고도 합니다.

안구를 채운 투명한 젤, 유리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떠다니는 증상이지만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귀에서 모깃소리, 바람소리, 냉장고 소리가 들리는 귀울림, 이명(耳鳴)도 특효약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있어도 없는 듯, 모른 척하고 지내는 게 상책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가끔은 심각한 질병의 전조 증상이어서 그냥 두면 시력과 청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엊그제 서울 용산역 앞 52년 된 4층 건물이 폭삭 주저앉은 사고를 보며 비문과 이명을 떠올렸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건물이 흔들리고 금이 갔는데도 별일 없겠거니 하고 다들 그냥 지내온 겁니다. 일 이층 식당은 점심에만 200명 가까이 손님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지난달 벽이 뒤틀린다고 신고하자 구청 직원은 한번 훑어보고는 별일 아니라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기억하기도 싫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비슷한 과정을 밟은 겁니다.

그런데 무너진 용산 건물 주변에도 40년 이상 된 건물이 많습니다. 12년 전 재개발 허가가 난 뒤로 대부분 재개발만 기다리며 손을보지 않은 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인디언 호피족의 주술사는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비가 온다고 합니다. 영험해서가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어제도 괜찮았고 오늘도 괜찮으니까 내일도 괜찮을 거라며 버티면 언젠가는 비가 오는 게 아니라 폭탄이 터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용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 후진국형 사고는 그치지 않을 겁니다.

6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용산 건물 붕괴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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