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덥다, 더워

등록 2018.08.01 21:43

수정 2018.08.01 21:48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 카뮈의 부조리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한여름 해변에서 살인을 하지요.

"하늘은 있는대로 활짝 열려 불줄기를 퍼부었다. 내 온 존재가 긴장했고 권총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법정에서 그는 태양이 눈부셔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했고 결국 사형대에 오릅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2년 전 세상을 뜬 신영복 교수의 체험담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감방에서 옆사람은 37도 열 덩어리일 뿐"이라는 겁니다.

더위는 사람에게서 인내와 배려를 빼앗아 갑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에도 짜증이 폭발하기 쉽습니다. 폭염이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폭력성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더위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듯 마침내 폭염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태양은 화가 하늘 끝까지 뻗쳤고, 온 나라가 화로에 들어앉았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광화문 세종대왕상도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광화문 네거리 행인들이 정수리에 퍼붓는 불길을 피해보려고 신호등 그늘에 줄지어 섰습니다.

신선처럼 살았던 이태백은 부채 부치기도 귀찮다며 숲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고 했습니다. 모자 벗어 암벽에 걸고 머리에 솔바람을 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시건 농촌이건 땡볕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신선 세상 얘깁니다.

엊그제 충남 부여의 어느 아파트 주민들이 무인 택배함에 내놓은 아이스박스입니다. 얼음물, 비타민 음료, 요구르트, 얼음 젤리가 가득 담겼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택배 기사들을 생각하는, 작지만 큰 배려입니다.

저도 거기서 얼음물을 꺼내 마신 듯 잠시 폭염을 잊어 봅니다. 아직은 올 여름 좀 더 버텨야 할 날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8월 1일 앵커의 시선은 '덥다, 더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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