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결정장애 교육부

등록 2018.08.08 21:45

수정 2018.08.08 21:53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끝나고 첫날, 뭘 입어야 할까요?"

재작년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두 달 휴직하고 출근하는 아침에 옷장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옷장엔 회색 티셔츠만 가득합니다. 고르고 말 것도 없는데 엄살을 부린 겁니다. 그는 똑같은 티셔츠를 입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뭘 입을지, 아침으로 뭘 먹을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인지 작은 것도 쉽게 결정 못하기 일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제너레이션 메이비 '아마도 세대'입니다. 정도가 심해서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라면 결정장애에 가깝습니다.

보통사람이야 으레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국가 대사를 결정해야 할 책임자들이 결정장애에 걸린다면 큰일입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 개편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준비가 부족하다며 1년을 연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고 공은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석달 넘는 조사결과 공론화위원회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백지 결론을 국가교육회의가 받아 다시 교육부로 넘겼습니다.

교육부가 돌렸던 폭탄이 폭발 직전 상태로 돌아온 셈입니다. 그러고도 교육부는 학생부 개선방안에 이어 학교폭력 대책,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도 공론화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서울교육청은 교복을, 지자체들은 오페라하우스, 쓰레기소각장, 중앙버스차로까지 공론에 맡긴다고 합니다. 이러려면 정부와 관료들이 뭐하러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 정부 들어 과거 정부 시절 공무원들이 이런 저런 정책 결정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는 걸 보며 관가에선 적극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들 합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공직사회의 결정 장애 증상이 앞으로 더 심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월 8일 앵커의 시선은 '결정 장애 교육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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