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내 탓, 남 탓

등록 2018.08.21 21:47

수정 2018.08.21 21:51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면 해와 달과 별을 탓한다."

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우리 속담에는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듯 사람이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 "내 잘못"이라는 고백일 겁니다.

1990년대 김수환 추기경이 승용차 뒷유리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면서 "자기를 먼저 돌아볼 때"라고 했습니다. 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은 스티커 40만장이 금세 동날 만큼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탐욕과 교만, 적대감이 부추기는 인간의 잘못을 지금, 여기, 나한테서부터 찾아보자는 정신운동이었지요. 그 스티커들도 어느덧 사라졌습니다만,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게 세상이 좋아진 것은 아닐 겁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고 최악의 고용위기가 닥쳐온 상황에서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과거 탓'이 잇달고 있습니다. 10년 된 전전 정권의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고, 국민연금 개편과 은산 분리 완화 논란, 남북관계 교착도 전 정권 탓이라고 합니다. 전 정권에서 경제가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남 탓을 한다면 집권세력의 실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가 호황인 지금, 주요 국가 중에 우리 경제만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고용절벽은 더 가팔라졌습니다. 최저임금에 눌린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범법자가 되겠다며 '나를 잡아가라'고 외칩니다. 모두 15개월 전에는 없던 일들입니다.

오늘은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도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주민투표안을 내놨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여권의 논리대로라면 이 역시 전 정권 탓어야 합니다.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가 절실히 와닿는 요즈음입니다.

8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내 탓, 남 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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