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초라한 백화원

등록 2018.09.19 22:42

수정 2018.09.19 22:52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명의 한국 대통령이 묵은 북한의 1호 초대소입니다. 1990년 총리회담 때는 취재단도 백화원에서 숙박하면서 어떤 곳인지 자세히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취재기를 보면, 동독제 창틀이 달려 있었고 욕실에 발뒤꿈치 각질을 벗기는 돌이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3층을 오르내리는 대형 엘리베이터가 워낙 느려 화물용 같다고 했습니다. '단고기'로 국과 5찬을 차린 아침상도 나왔습니다.

그 백화원이 얼마 전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문 대통령을 맞았습니다만 김정은 위원장 눈에는 차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 숙소가 초라합니다. 수준이 좀 낮을 수도 있어서"

오늘 회담과 합의문 서명, 공동회견도 백화원에서 열렸습니다. 영상 속의 번듯한 백화원처럼 김 위원장의 회견문도 통이 컸습니다.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습니다"

문 대통령 회견도 벅찬 감회가 넘쳤습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회담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의제, 비핵화는 합의문 끝부분으로 밀려났습니다. 구체적 실질적 조치는 없고 곁가지에 불과한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 폐기만 언급됐습니다. 이래서는 합의문 맨 앞에 오른 남북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역시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도 "초라한 백화원"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지난 3월 우리 대북 특사단에게 "우리는 가난한 나라"라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겸양의 말이라기보다는 남북경협을 시급하고 절실하게 바란다는 표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 재건이 됐든 체제 보장이 됐든 지금 북한이 쓸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핵입니다. 그 핵을 내려놓으라고 하는게 물론 쉽지 않은 협상이긴 하겠습니다만 그 핵심이 빠져서는 남북 관계 진전의 어떤 그림도 완성될 수 없을 겁니다.

9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초라한 백화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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