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화와 안보

등록 2018.09.27 21:45

수정 2018.09.27 21:56

아장아장 산길을 걷는 새끼 산양을 어미가 걱정하듯 뒤쫓습니다. 재두루미 떼가 날갯짓하며 한 폭 수묵화를 그려 냅니다. 철책선 너머 비무장지대에는 멸종 위기종의 38%가 삽니다. 분단과 대결의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생명들은 평화로운 삶을 지켜 온 거지요.

비무장지대는 그러나 무장 지대입니다. 우발적 충돌을 막으려고 비워둔 비무장지대, DMZ에 북한이 요새와 진지를 지으면서 우리도 감시초소 GP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DMZ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의 인준청문회에 등장했습니다.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 사령부 소관입니다…"

평양에서 남북이 합의한 GP 철수와 JSA 무장해제에 이견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험이며 군 준비태세에 분명한 차질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추석 전에는 북방한계선, NLL 합의를 놓고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해상의 DMZ격인 완충수역 범위가 북측 40km, 남측 40km 등거리 합의라고 했지만, 뒤늦게 국방부가 북측 50km, 남측 85km라고 정정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청와대 발표에 대해 국방부는 "추석 밥상에서 NLL 팔아먹었다는 얘기가 나올까봐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남북 합의가 NLL 팔아먹는 행위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헷갈립니다.다른 군사합의를 두고도 안보 태세를 너무 성급하게 푸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빗 레널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서에서 2차대전과 영국의 위기를 불러온 체임벌린 총리와 히틀러 회담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개인적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환상을 품고 히틀러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었다.' 체임벌린은 열광하는 군중에게 합의문을 흔들며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했습니다.

1년 뒤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일은 수없이 많습니다. 평화가 눈앞에 보인다 해도 군이 끝까지 총을 놓고 긴장을 풀어서는 안되는 이유 말이지요. 9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평화와 안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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