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단한 집단체조

등록 2018.10.03 21:45

수정 2018.10.03 21:51

2007년 평양에 간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날씨가 안 좋으니 하루 더 있다 가시라"고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집단체조 '아리랑' 관람이 비로 취소 될까봐 연기를 하자고 한 겁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나보다 더 센 경호실과 의전팀하고 상의하겠다"며 거절했습니다. 김정일은 "대통령이 그것도 결정 못하시냐"고 했고, 노 대통령은 "큰 것은 내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결정 못한다"고 버텼습니다. 노 대통령은 예정대로 아리랑을 보면서 기립박수를 두 번 친 것이 논란이 되자 "북쪽의 호감을 얻으려고 그랬다"고 했습니다.

정상회담 때 평양에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단체조가 대단하고 기가 막혔다"고 감탄했습니다. "만명이 장면 바꾸는 데 30초도 안 걸리더라.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집단체조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말할 때마다 거론하는 대표적 아동학대 사례입니다.

"장군님 모시고 행사하는 그날을 그리며 아픈 것도 참고 훈련합니다…"

북한만큼 규모가 크고 혹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예전엔 매스게임에 어린이와 학생을 동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 시장도 그 시절 매스게임을 두고 대단하다고 감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청와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없앤 이유로 "병사들이 발 맞춰 열병하는 고충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장한 군인들의 고충도 그러할 진데 집단체조에 동원된 북한 어린이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맞춰 미국의 민간 인권단체들이 쓴소리를 하고 나섰습니다. 인권재단 간부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보다는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을 더 중시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신문 기고에서 '서울이 암묵적으로 평양의 잔혹함을 지지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북측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든, 손님으로서 예의이든, 지나치면 덜함만 못한 것은 세상 모든 일의 이치일 겁니다.

10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대단한 집단체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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