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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청춘이라 쓰고 절망이라 읽는다

등록 2018.10.18 21:46

수정 2018.10.18 21:54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가수 김창완이 1980년 스물여섯살에 쓴 노래 '청춘'입니다. 하지만 "너무 슬프다"는 이유로 검열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첫 소절 "갈 테면 가라지"를 "언젠가 가겠지"로 바꿨더니 통과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노래는 근 40년이 지난 지금도 암울한 시대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청춘들을 위로합니다.

'청춘이라고 쓰고 절망이라고 읽는다.'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는 대학가 대자보를 한 신문이 다루면서 붙인 제목입니다. 안간힘 쓰고 절규할 힘도 잃어버린 요즘 젊음들을 절절하게 담아낸 한마디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터져 나오는 채용 뒷얘기들은 누구보다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서울교통공사는 평균 연봉이 6800만원에 이르고 얼마전 550명 공채에 3만여명이 몰린 공기업, 요즘 말로 신의 직장입니다. 그런 황금 직장의 인사처장이 무기계약직인 아내를 정규직으로 앉힌 뒤 명단에서 빼버렸습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의 혜택을 본 사람 중에 기존 재직자의 가족 친인척이 백명을 넘습니다. 전체 직원의 11% 천900여명이 친인척 관계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취업 절벽과 치솟는 집값보다 더 뼈아픈 것은 바로 이렇게 불공평한 기회, 불공정한 경쟁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고용정책기본법도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 대물림이 벌어지는 곳이 어디 교통공사 하나뿐이겠습니까. 청년들에게 고루 돌아가야 할 일자리가 그렇게 도둑맞고 있습니다.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의 출발점은 한 청춘의 죽음이었습니다. 2년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열아홉 살 젊은이가 지하에서 피눈물을 쏟을 일입니다.

10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청춘이라 쓰고 절망이라 읽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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