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분노 사회

등록 2018.10.23 21:45

수정 2018.10.23 21:52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기업의 심벌마크입니다. 두 영문자 사이에 점 하나를 찍어 자세히 보면 사람이 웃는 모습입니다. 얼마전 기와로는 처음 보물 지정이 예고된, 바로 이 얼굴무늬 수막새를 본떴다고 하지요. 살구씨처럼 서글서글한 눈매, 수줍은 듯 살짝 올라간 입꼬리, 얼굴 가득 잔잔하게 흐르는 미소… 보는 이 마음이 사르르 녹는 '천년 신라의 미소입니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마애삼존상도 꾸밈없이 해맑게 웃습니다. 두 미소는 민족의 핏줄을 타고 내려오는 평화의 DNA를 상징합니다. 슬픔과 고통과 분노마저 웃음으로 털어버리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곱던 미소가 요즘 사람들 얼굴에서 많이 사라졌습니다. 작은 일에도 발끈, 왈칵, 욱하고 화를 터뜨립니다. 층간소음이 살인으로 번지고, 보복운전을 하고, 갑질을 하고, 공공시설, 심지어 문화재에 불을 지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를 엄벌하라는 국민 청원이 처음 백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 젊은 생명을 잔인하게 끊어버리고 심신 미약 핑계를 댄 데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발적인 '분노 범죄'가 지난해 살인미수를 포함한 살인사건의 44%로,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화를 참지 못해 앞뒤 안 가리는 행동을 흔히 '분노조절 장애'라고 합니다만 질병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과잉보호, 소통 부족, 성적과 외모 열등감, 상대적 박탈감, 자극적 게임이 부추기는 행태여서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분노조절 장애가 잔혹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분노조절 장애는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어느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배려하도록 가르치는 가정과 학교의 심성교육이 절실합니다. 분노의 불, 화는 재앙의 화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10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분노 사회'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