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KTX 탈선이 보내는 신호

등록 2018.12.10 21:52

수정 2018.12.10 22:06

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크고 작은 조짐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런 이치를 통계로 입증한 것이 1 대 29대 300의 법칙입니다. 큰 재해 한 건이 일어나기까지, 가벼운 사고가 평균 스물아홉 건, 사고 징후가 300건 있었다는 얘깁니다.

지난 9월 서울 상도동 유치원 붕괴사고가 그랬습니다. 유치원 측은 다섯 달 전부터 바로 앞 건물신축 공사를 막아달라고 구청에 요청했습니다. '붕괴위험이 크다'는 지질조사 결과가 나와도, 옹벽에 균열이 발견돼도 공사는 진행됐습니다. 유치원 건물에도 금이 가자 대책회의가 열렸지만 구청은 불참했고 이튿날 유치원은 무너졌습니다.

강릉 KTX 탈선사고가 터지기 3주 전부터 열차사고가 하루 걸러 한 건씩, 열 건이 잇따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세 차례나 사과했습니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요직을 맡았던 오 사장은 대표적인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습니다. 코레일이 남북 철도연결과 해고 근로자 복직 같은 정치적 사안에 한눈을 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랐습니다.

상도동 유치원 붕괴 직후 구청이 폭우 탓을 했듯, 오 사장은 한파 탓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없던 한밤중에 유치원이 무너진 것처럼, KTX가 천천히 갈 때 탈선한 것도 천운이었습니다. 예고 없는 재앙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멈춤 신호를 보내는데도 애써 못 본 체하다 터진 것이 IMF 사태였고, 삼풍백화점 붕괴였습니다.

때마침 나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에 눈길이 갑니다. 그는 "지금 한국 경제상황은 국가 비상사태인데 정부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의 첫 걸음" 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경제지표가 이제 그만 멈추고 방향을 바꾸라는데, 경제 정책은 고장난 신호기처럼 계속 전진 신호만 올린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12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KTX 탈선이 보내는 신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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