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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회장님들 조기은퇴 바람…박수칠때 떠나나, 등떠밀려 떠나나

등록 2019.01.07 21:33

수정 2019.01.07 21:37

[앵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 그리고 넥슨의 김정주 대표, 기업의 오너들이 잇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러나는 이유는 새로운 도전, 혹은 약속한 은퇴라고 하는데, 사실 이들은  50~60대로 과거 재벌 총수들의 은퇴 나이와 비교하면 꽤 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 은퇴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오늘의 포커스를 여기에 맞춰봤습니다.

 

[리포트]
고 정주영 현대 회장 / 중앙대 강의(1985년)
"5만분의 1 지도, 그리고 조선소를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을 들고가서 당신이 배를 사주면 4배를 만들어줄테니 사라"

"하면 된다"는 개척자 정신을 평생 실천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86세 일기로 타계할때까지 경영 현장을 누볐었죠. 불문율같던 대기업 총수들의 '종신 경영'이 옛말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화이팅!(박수)"

국내 최대 바이오 회사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지난 4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올해로 62살. 시가총액 27조원 회사를 일군지 채 20년도 안된 시점입니다. 서 회장은 "샐러리맨에서 그룹 총수가 되어 보니 사람은 나갈 때를 아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갑질 논란과 분식회계 의혹 등이 조기 은퇴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회사측은 이미 4년전 약속한 은퇴라는 입장입니다.

국내 1위 게임회사 넥슨의 김정주 대표 역시 -sCg- 지분 전량 매각 계획이 알려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업계를 흔들었습니다. 1996년 카이스트 박사과정이던 스물 여섯에 넥슨을 창업해 13조원의 거대 게임왕국을 세운, 국내 벤처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올해 51살인 김 대표는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들겠다"며 벤처 정신을 잊지 않았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친구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공짜 주식 제공 혐의'로 2년여간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끝이라, 때이른 은퇴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지난해 말,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돌연 회장직을 던졌습니다.

이웅열 / 전 코오롱 회장(작년 11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 까짓거, 행여 마음대로 안되면 어떻습니까. 이젠 망할 권리까지 생겼는데요."

하지만 창업 소식보다 먼저 들려온건, 4년전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회장님들의 조기 은퇴가 재계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도 모으지만, 그만큼 기업하기 힘든 경영 환경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갑질, 재벌의 황제 경영...최고경영자에 대한 압력이 너무 크게 증가하고 비난 일색으로 가면서 아마 사업을 하고 싶은 의욕이 없거나 또는 그런 비난으로부터 회피..."

가뜩이나 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잇따른 은퇴 선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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