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포커스] "10살에 코치에 성폭행"…체육계 뿌리깊은 성폭력

등록 2019.01.09 21:13

수정 2019.01.09 21:26

[앵커]
심석희 선수의 경우에서 보듯히 힘없는 어린 선수들이 지도자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곧 선수생활을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성과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체육계의 민낯이기도 하고, 운동에 모든 것을 건 어린 선수들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한 이 현실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테니스 여제를 꿈꾸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고사리 손에 테니스 라켓을 쥐어주던 선생님. 어느날 선생님은 짐승으로 돌변합니다.

10살, 초등학교 4학년때 당한 성폭행. 소녀는 일기장과 진료기록, 증인을 꼼꼼히 모아 17년 뒤인 2018년, 마침내 코치 김씨를 징역 10년형으로 응징합니다.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의 이야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컬링연맹 관계자
"모 선수한테 참 손이 예쁘다, 너는 손이 좀 거칠다 고생을 많이 해서"

코치의 성추행에 시달리던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집단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여자 유도선수 A씨는 고교 시절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이 일을 말하면 선수 생명이 끝난다. 너랑 나랑 한국을 떠나야한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성추행으로 제명된 검도 대표팀 감독, 여중생 제자를 성폭행해 구속된 쇼트트랙 코치.. 코치들과 장기간 전지훈련과 합숙을 하는 어린 선수일 수록 성폭력에 취약합니다.

최동호 / 스포츠 평론가
"(코치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반항한다는 것은, 곧 내가 선수생활을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복종할 수밖에.."

체육계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입니다. 국가대표 선수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명중 2명이 성폭력을 당하지만, 징계를 받은 지도자 10명중 4명이 재취업, 다시 현장에 돌아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좁은 세계에 같이 있다는 점도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어렵게 합니다.

해외 스포츠계도 코치진의 성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딴 미국 여자 체조팀. 이 소녀들 가슴속엔 말못할 비밀이 있었습니다. 모두 팀 주치의인 래리 나사르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입니다. 30년 동안 범죄가 이어지면서 피해를 입은 체조선수는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선수1
"당신은 막 자기 아버지를 잃은 소녀를 추행했어."

피해선수2
"당신은 죽으면 지옥에 갈 거야"

나사르는 175년형 선고, 그를 고발한 141명의 선수들은 금메달만큼 값진 '스포츠 용기상'을 받았습니다.

어리고 약한 선수들의 인간성을 훼손한 일부 지도자들, 스포츠 정신은 어디로 간걸까요?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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