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광화문 광장

등록 2019.01.22 21:45

수정 2019.01.22 21:50

50여년 전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을 만들 때 용광로에서는 탄피 터지는 소리가 울리곤 했다고 합니다. 높이 6.5미터, 무게 8톤에 이르는 동상에 지어 부을 금속이 부족해 놋그릇 놋수저부터 탄피까지 고철을 모아 녹였던 겁니다.

동상의 재질과 빛깔이 고르지 않고 구멍까지 났던 것도 제대로 된 청동을 못 쓴 탓입니다. 충무공 동상에는 나라 위해 모든 것 바쳤던 장군의 정신뿐 아니라, 국민소득 백30달러 시절의 배고픔과 3만달러를 앞둔 번영이 함께 녹여져 있습니다. 이런저런 논란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서 시민의 일상과 가슴 깊이 광화문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그 충무공 동상이 한구석으로 밀려날 지 모를 처지가 됐습니다. 서울시가 새 광화문광장 설계 당선작을 공개하면서 4백미터 떨어진 정부 서울청사 옆으로 옮긴다고 밝힌 겁니다. 대신 동상 근처에 촛불 시위를 형상화한 바닥 장식을 새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광장을 뜯어고친다면서 그렇게 즐겨 쓰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것부터 이상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동상 이전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그제서야 '당선작대로 되는 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유럽 여러나라 수도 복판에는 으레 역사와 문화를 품격 있게 담아낸 국가 광장이 있습니다. 지금의 광화문 광장은 10년 전 7백억원을 들여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천억원을 들여 광장을 새로 지으면서 촛불을 반영구적 상징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 바뀌고 또 누가 어떤 정치색을 입히겠다고 나설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30년 광화문 빌딩에 내걸린 '글판' 중에 으뜸으로 꼽힌 시가 '풀꽃'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시류 따라 흔들리지 않고, 웅숭깊은 뜻을 품고 있어서,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광화문광장이 되기를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 소원합니다. 정치보다는 역사를 남겨 천년 만년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 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광화문 광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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