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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다시 '웰빙 정당' 으로

등록 2019.01.28 21:54

수정 2019.01.28 22:01

"굶으면 죽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을 말리면서 했던, 유명한 말입니다. "단식 일주일이 지나자 숙변이 생겨서 너무 아파 엉엉 울었다"는 경험담도 들려줬지요.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 때 23일을 단식해 가택연금 해제를 이끌어내며 민주화 의지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암울했던 시절 단식은 야당 지도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수단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카프카의 단편 '단식 광대'는, 철창에 갇혀 굶주림을 참는 공연으로 인기를 끄는 서커스단 광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곧 반복되는 단식에 식상해 하고 광대를 외면합니다. 광대는 숨을 거두며 "관객의 감탄을 원했던 나를 용서해달라고 합니다.

이 소설을 떠올린 건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릴레이 단식' 때문이었습니다. 의원들이 교대로 다섯 시간 반씩 밥을 먹지 않는 릴레이 농성에 들어갔는데 하필 '단식'이라는 말을 붙이는 바람에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웰빙 단식'이라거나 '릴레이 다이어트'라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건 단식을 정치 이벤트쯤으로 생각했다면 돈을 벌기 위해 단식을 하는 소설 속 광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에 몰려 사임하자 모두들 '미국 보수와 공화당은 끝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자유 시장경제의 가치를 앞세워 민주당 정책을 정교하게 반박하고 청년들을 설득해 레이건 대통령 때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영국 보수당도 '따뜻한 보수'를 내건 서른여덟살의 젊은 총리 캐머런이 경제위기를 자초한 노동당을 심판하며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보수 정당은 단호한 결기도 따스한 온기도 없어 보입니다.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각오가 없는 자는 정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편이 낫다"고 했습니다.

한국당 지지율이 탄핵 후 최고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오늘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1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웰빙 정당'으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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