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생태탕과 풀치볶음

등록 2019.02.13 21:45

수정 2019.02.13 21:55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애주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가곡 '명태'는 6.25 낙동강 전선에서 탄생했습니다. 종군작가 양명문이 시를 쓰고, 통역장교 변훈이 곡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해군 정훈음악대원이었던 성악가 오현명이 피란지 부산에서 발표했지요.

당시로는 전혀 색다른 가곡에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고 평론가는 악평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명곡에는 새삼 음미할만한 구절이 있습니다.

"짝짝 찢어져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는 반세기 후 씨가 말라버릴 운명을 내다보기라도 했던 것일까요.

나지도 않는 우리 명태로 생태탕을 끓여 팔면 단속한다는 소식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만, 한편으로 명태를 되살려보려는 안간힘이 딱하기도 합니다.

작년 말 2만마리가 잡히면서 명태가 돌아오는 조짐이 보이자 이렇게 라도 해 보겠다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서 명태가 사라진 건 수온 상승도 있지만 그보단 남획 탓이 컸습니다. 1971년 노가리 어획을 허용한 뒤 명태 어획고의 70퍼센트가 노가리였으니까요.

노가리뿐이겠습니까. 갈치새끼 풀치는 말려서 고소한 볶음과 매콤한 조림으로 즐깁니다. 조기새끼 깡치, 고등어새끼 고도리, 전어새끼 전어사리도 회와 구이, 조림에 젓갈도 담가먹습니다.

요즘에는 오징어가 귀해지자 어린 총알오징어를 마구 잡아들인다고 합니다. 갈치 조기 고등어 오징어는 서민이 즐겨먹는다며 오랫동안 치어 포획을 방치했습니다. 어획량이 60퍼센트까지 줄자 크기를 정해 제한한 게 불과 3년 전입니다. 그나마 잘 지켜지지 않아서 당국이 생태탕과 함께 단속에 나섰습니다.

우리가 어린 생선까지 밥상에 올리는 것은 배고프던 시절 흔적입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분이 많겠습니다만 명태와 쥐치, 대구의 운명을 생각하면 아쉬워도 추억 속으로 돌려보낼 때가 된 듯합니다.

2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생태탕과 풀치볶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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