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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스 데이지 증후군

등록 2019.02.14 21:44

수정 2019.02.14 21:53

고집 센 일흔두살 데이지 할머니가 장보러 나가다 사고를 냅니다.

"차가 문제였어"

"어머니가 기어를 잘못 넣었어요." 

데이지는 아들이 고용해준 흑인 운전사를 거부하다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에서 두 사람은 피부빛과 신분을 초월해 죽는 날까지 우정을 나눕니다.

미국에서 이 영화의 제목을 본떠 나온 용어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 입니다. 고령운전이 불러올 심각한 사회문제를 내다본 말이지요.

그제 서울 도심에서 아흔여섯살 운전자가 낸 사고는, 고령운전자 증후군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나게 깨우쳐줬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접촉사고를 낸 뒤 차량 통제능력을 잃은 듯 빠르게 후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고령화가 깊어갈수록 고령 운전과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순다섯살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280만명, 일흔살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2만 9천건에 이릅니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대중교통 할인, 예금 추가 금리, 식비 지원 같은 혜택을 주면서 면허 반납을 유도했습니다. 한 해 30만명이 이 정책에 호응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부산시가 10만원짜리 교통카드와 병원 할인을 내걸고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아흔 아홉살까지 팔팔하게 산다는 '구구팔팔' 시대라고는 해도 세월 앞에 장사는 없습니다. 면허 갱신과정을 보다 엄격하게 한다지만 결국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각입니다.

연세 드신 분들의 건강 비결 가운데 'BMW'라는 게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되도록 많이 걷는다는 겁니다.

연극계 대모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씨도 지난해 일흔다섯살에 자동차를 팔고 BMW에 합류했습니다. 마음이 홀가분해서 연극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이를 이유로 면허증까지 내 놓으라고 한다면 서운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시대 변화에 따라 고령 운전 문제도 더 이상 대책을 늦추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미스 데이지 증후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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