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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하노이 회담의 교훈

등록 2019.03.01 21:47

수정 2019.03.01 22:36

1972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닉슨 대통령을 맞아 베푼, 유명한 만찬 사진입니다. 닉슨이 반찬으로 나온 땅콩조림 한 알을 집어들어 젓가락 솜씨를 뽐냅니다. 옆에 앉은 정치국원 장춘차오가 놀라 쳐다보는 모습이 사진에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젓가락 외교'로 불린 이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닉슨은 몇 달 동안 젓가락질을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까지 젓가락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미국 외교문서에서 밝혀지기도 했지요.

백악관 외교팀은 닉슨에게 중국 음식문화와 식탁 예절까지 가르쳤다고 합니다.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젓가락질에까지 신경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양국 실무진이 모든 합의를 미리 끝낸 덕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외교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두 차례의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지도자의 결단에 의존하는 '톱 다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만 집중한 나머지 의제도 못 정하고 날짜부터 잡은 것 자체가 이미 실패를 예고했습니다.

그래도 성과와 교훈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이번 회담의 실패는 지금이라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을 버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문제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카드라도 덥석 받아들 것이라는 기대도 착각임이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합의보다 차라리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우리에게 다행한 일입니다.

1986년 미-소 정상이 레이캬비크에서는 빈손으로 헤어졌지만 이듬해 워싱턴에서 핵무기 감축조약에 서명했듯, 하노이 회담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정부도 이번 회담을 거울 삼아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3월 1일 앵커의 시선은 '하노이 회담의 교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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