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7

'하노이 회담' 밀착 취재기…한국 언론에만 냉담했던 北

등록 2019.03.03 19:24

수정 2019.03.03 20:49

[앵커]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됐지만, 북한 관계자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북한의 달라진 면모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1주일 동안 베트남에서 현지 취재했던 차정승 기자와 함께 현장에서 본 북한, 얼마나 달라졌는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 기자, 예전에도 북한 관계자들 취재한 적 있죠?

[기자]
예, 리우 올림픽 당시에 브라질에 파견된 북한의 2인자 최룡해를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6년이니깐,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어서, 최룡해를 취재하려고 근접해 질문을 했는데,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경호팀이 제 가슴팍을 치면서 밀쳐냈습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북한이 달라졌거나, 또는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 이미지를 만드려고 애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주변에 한국 기자들은 없었습니다. 기왕이면 북핵문제를 잘 아는 한국기자들이, 한국어로 예리한 질문을 던졌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북한은 그런 기회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동당역에서는 차 기자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때 질문 한번 해보지 그랬어요?

[기자]
그러려고 마음 먹고 질문거리도 생각해두고, 자리도 좋은 곳에 잡아놓고 전날부터 대기하고 있었는데, 김정은 도착 전날 밤, "한국기자들은 포토라인에서 빠지라"는 비공식 지침이 전달됐습니다.

물론 취재진들은 반발했고, 결국은 모든 취재진들이 포토라인을 5미터 정도 뒤로 물리는 것으로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당시 동당역 주변이 취재진과 구경꾼, 환영 인사, 경호팀 등이 뒤엉켜 복잡했는데, 포토라인을 5미터 정도 물리면, 설령 김 위원장이 대답할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질문을 듣기도 힘들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한밤 기자회견도 뒷얘기가 참 많다죠? 북한은 처음에는 한국언론을 배제하려 했었다죠?

[기자]
북한은 당초 베트남 언론만 부르려고 했답니다. 그랬다가 기자회견 효과를 극대화하려 외신도 초청했고, 나중에는 국내 언론도 불렀는데, 5개 회사만 불렀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때도 한명 한명 신원을 확인하는 바람에 취재진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저희 TV조선은 북한이 초청한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대표팀 취재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에 묵고 있던 저희 서주민 기자가 취재진이 몰리는 북새통에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회견장 안에서 리포트를 한 유일한 국내 방송 기자가 됐습니다. 어쨌든, 또 한번 한국 언론에 유독 입이 무거운 북한 당국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앵커]
북한 대표단의 경제시찰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죠?

[기자]
리수용, 오수용, 현송월 등 북한 대표단은 관광지 할롱베이와 산업단지 하이퐁을 방문했었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외신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고, 당시 현장 취재 인력은 대부분 국내언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북한 대표단이 나타날 시간이 되자 베트남 공안들이 취재진을 막아서며 퇴거를 요구했습니다. 취재진이 물러서지 않아 북한 대표단의 모습을 화면에 담을 수는 있었지만, 이 과정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일부 기자가 다쳤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앵커]
한국어로 북한대표단을 취재하는 그날은 아직 요원해보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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