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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소득 3만달러 시대의 명암

등록 2019.03.05 21:52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단상에 앉자 애국가가 연주됐습니다. 따라 부르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목이 메었고 이내 울음소리가 노래를 삼켜버렸습니다.

박 대통령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친 뒤 연단에 섰습니다. "만리타향에서 상봉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라고 인사말을 시작하자 좌중의 흐느낌은 통곡으로 번졌습니다.

"나라가 못 살아서 우리 젊은이들이 이 고생을 하는 걸 보니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만은 다음 세대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대통령은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본인도 울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964년 독일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우리 광부 간호사를 위로하는 자리는 울음바다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들의 임금을 담보로 잡히고 서독 정부로부터 차관을 얻었습니다.

그 무렵 69달러였던 국민소득이 55년 만에 3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온 국민이 쏟은 피와 땀과 눈물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은 기로에 섰습니다.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4만 달러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스페인과 그리스처럼 도로 2만 달러대로 떨어지느냐는 갈림길입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어둡고 험난합니다. 저성장의 터널은 길고, 주력 제조업은 흔들리고, 정부와 기업의 효율은 낮아지고, 사회갈등 지수는 높아만 갑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역시 3만달러만큼 좋아졌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일자리와 소득분배는 참사 수준까지 악화했고, 젊은이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고, 미세먼지의 공포에 사로잡힌 국민은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독일의 탄광 막장과 병원 시체실, 베트남의 밀림과 중동의 열사까지 우리 젊음들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언젠가는 부강한 나라에 살 수 있다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은 하도 간절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지켜 낼 절박함과 절실함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이제 정치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3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소득 3만달러 시대의 명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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