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해외선 '외로움=질병' 인정…韓은 문제의식도 없다

등록 2019.03.08 21:35

수정 2019.03.08 21:42

[앵커]
외로움 문제를 취재한 차순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차순우 기자, 하루 동안 고립 체험을 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기자]
네, 무엇보다 힘든 점은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든 쉬든 연락할 사람이 없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막상 고립돼 그게 막히니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감까지 느껴져 스트레스가 대단했습니다.

[앵커]
외로움이라는 주제가 생소한데,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기자]
시작은 영국에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는 외신기사를 접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영국은 왜 정부가 나서 외로움이라는 개인 감정을 관리하려는 걸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미국과 호주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외로움은 질병, 전염병처럼 간주되고, 더 나아가 사회 생산성까지 떨어뜨린다고 보고 여러가지 대응책이 마련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로움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일으키려고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외로움 설문조사도 200명이 넘게 했던데 어떻던가요?

[기자]
놀라운 건 우리 주변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자신이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고, 조사 결과, 열 명에 네 명 꼴로 외로움을 호소했습니다. 반면 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밝히는 것을 꺼려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우리사회에는 외로움이 이보다 더 퍼져있고, 그에 따른 문제도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외로움 치료약도 개발중이라던데,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 관리하려 해도 괜찮은 건가요?

[기자]
네, 취재과정에서도 그런 지적을 많이 들었었는데요. 외로움 관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부산시 조례안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조례안에 따르면 외로움을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거나,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고립된 상태'로 정의했습니다. 이럴게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고립 상태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의약적 치료와 고립 상황을 벗어나도록 해줄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취재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영상을 잠깐 보시겠습니다. 제가 취재도중 만난 1인가구원이 살던 고시원의 모습입니다. 이곳도 고시원들 중에서는 좋은 편에 속했는데요.이분은 몇년째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이 없다며, 외로움을 호소했습니다. 제가 고립체험을 한 모텔방은 이곳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고, 단 하루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 고립돼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합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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