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뉴스9

'백두대간 종주' 자소서로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합격'

등록 2019.04.30 21:26

수정 2019.04.30 22:56

[앵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채용과정에서 부실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도 수월하게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환경부가 대필해주고 예상 질문지까지 건넸다는데, 검찰이 밝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입니다. 이런 수상한 채용은 환경부 산하기관에서만 17건이 더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김태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7년 11월부터 국립공원공단 수장으로 임명된 권경업 이사장.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의혹에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권경업 / 국립환경공단 이사장 (지난 4일)
"(특혜 의혹 같은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혜? 특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엔,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환경부가 권 이사장의 채용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정황이 드러납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이와 관련 시를 썼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공모 당시 권 이사장이 쓴 자기소개서 내용입니다. 이를 본 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이 “서류 통과조차 어렵다”고 보고했지만, 청와대는 "다시 한 번 검토하라"며 "필요한 지원을 다해서 최종 후보자가 될 수 있게 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환경부가 권 이사장의 민주당 부산시당 근무경력을 전달받아 자소서를 대필해주고, 면접 예상 질문지까지 건넸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신미숙 전 비서관의 집요한 인사개입 정황도 공소장 곳곳에 드러납니다.

신 전 비서관은 지난해 6월 환경부 산하 기관 상임감사로 언론인 출신 A씨를 최종 임명되도록 지원하라는 뜻을 환경부 측에 통보했는데, A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청와대 추천인사가 한국당 출신보다 못하냐"며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을 질책한 뒤 결국 경질시키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비서관이 환경부 산하 6개 기관 모두 17명의 임용 과정에 유사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시작됩니다.

TV조선 김태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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