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질문 안 받습니다

등록 2019.06.13 21:44

수정 2019.06.14 20:44

2015년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나가버립니다. 기자가 연패의 수렁에 빠진 그의 거취를 묻자 발끈한 겁니다.

2014년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장입니다. 미국 기자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언론비자 발급을 거부한 이유를 묻습니다. 그러자 시 주석이 통역 이어폰을 빼버리더니 들은 척도 않습니다.

"충분합니다. 마이크를 내려놓길 바랍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특검에 관해 질문한 CNN 기자를 회견장에서 쫓아냅니다. 기자회견에서는 거북한 질문이 쏟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아예 질문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북한만 빼고 말입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날 한밤중에 북한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우리 입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런 북한도 워낙 다급했던지 7분 동안 입장문을 읽은 뒤 일문일답을 했습니다.

어제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기자석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한 뒤 갖고 온 자료를 8분 동안 읽었습니다. 그런데 회견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법무부는 장관 회견을 한 시간 앞두고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기자단은 항의하고 설득하다 못해 불참했고, 장관은 정부채널 KTV를 통해 나 홀로 입장발표를 강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 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위원장이 중도 사퇴하고 과거사위와 실무 조사단 사이 의견 대립이 불거졌습니다. 몇몇 사건은 무리한 수사권고를 했다는 비판이 따랐습니다. 당연히 기자들도 묻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겁니다. 

법무장관은 과거사위를 만든 당사자로서 비판적 질문을 받기가 불편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냥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정 얼굴을 내밀어야 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일인방송을 이용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질문 안 받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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